선거철만 되면 유독 흑색선전(黑色宣傳)이 많아진다. 이유는 무엇인가 얻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유언비어(流言蜚語)에 대해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게 모르게 그 소문을 믿게 된다. ‘서동요’ 배경 설화에서 서동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자신과 선화공주가 정을 통한다는 소문을 냈을 때, 처음에는 사람들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一蹴)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동과 선화공주가 은밀한 관계라는 것만 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기억이 메시지 내용보다 그 출처를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정성훈,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 법칙) 그래서 학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잊어버린다.”라는 의미에서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睡眠者 效果)라고 한다.

수면자 효과는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경과 할수록 그 설득 효과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설득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신뢰성이 높은 출처의 정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설득력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수면자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정보의 출처와 정보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리되기 때문이며, 또한 인간의 기억이 정보의 내용보다 그 출처를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전달된 직후에는 정보출처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서 설득 효과가 억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의 출처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되어 억제되어 있던 본래의 설득 효과가 나타나므로 수용자는 정보 자체의 내용과 질에 집중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수면자 효과로 부르는 이유는 시간이 경과 하면서 정보만 기억에 남고, 정보의 출처 및 정보의 전달원에 대해서는 꿈을 꾼 것처럼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면자 효과는 예일대학교에서 태도의 변화와 설득의 효과에 관해 연구하던 호블랜드(Hovland)와 와이스(Weiss)의 실험을 통해서 알려졌다. 이들은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신빙성이 높은 출처(권위 있는 저널, 학자의 논문 등)와 신빙성이 낮은 출처(자유기고가의 글 등)에서 작성된 메시지를 선정했다. 실험에 참여한 200명에게 각 메시지에 동의하는 정도를 포함한 설문 문항에 응답하도록 했다. 4주 후, 같은 메시지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측정한 결과, 수면자 효과가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신빙성이 높은 출처로부터 전달된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설득력이 10.7% 감소하고, 신빙성이 낮은 출처부터 전달된 메시지는 설득력이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블랜드는 이러한 효과에 대해 ‘해리 단서 가설’을 수립, 출처에 대한 신빙성 등의 설득 단서(cue, 端緖)가 정보에서 해리(dissociation, 解離)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하였다.

수면자 효과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광고다. 광고가 방영된 후 그에 따른 효과가 즉각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는 광고에서 보았던 제품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만 기억하게 되고. 이는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광고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에 주력하여 제작한다.

선거운동에서 흑색선전이 효과가 있는 이유도 수면자 효과와 관련이 있다.

기사의 제목을 의문형으로만 작성해도 읽는 사람은 그 의문 자체를 선거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내용이 입력되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효과가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흑색선전의 출처는 잊고 그 내용만 기억하게 된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무조건 언론을 믿기보다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흑색선전의 일등 공신은 SNS이다. SNS는 정보를 전달하는데 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메시지의 무한 전파는 출처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려 수면자 효과를 부채질한다. 따라서 SNS 이용자는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철 흑색선전에 속지 않고 투표하려면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선(當選)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鐵面皮)한 저질(低質) 정치인들이 의외(意外)로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