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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각보 밥상
조각보 밥상풀벌레 소리 청아한 깊은 밤이 흐르면연꽃무늬 수놓인 조각보 아래고슬한 이 밥 한상 뽀얀 김이 오르고뚝배기 가득 된장국에 임 소식 기다린다소담하게 놓여있는 수저 한 벌 초롱하고초승달만 하염없이 잠에 겨워 기웃기웃달빛고운 여름밤에 임 소식은 오
황은경 기자   2018-11-17
[기고] 진심
진심굳이 찾은 너에게정중히 말한다.여자는 젖가슴으로 이야기한다고모두 내주어 쪼그라든 젖가슴은사랑을 다 준거라고굳이 기억한 너에게정중히 말한다.까치가 먹을 한 알 감은이미 이슬에 떨어졌다고굳이 지워질 너에게정중히 말한다.나에게 넌 쪼그라진 가슴이 아니라
황은경 기자   2018-11-12
[기고] 기차는 오질 않았다
기차는 오질 않았다목적지도 잊은 채 간이역으로 달려갔습니다슬픔이 말라붙어 감당하지 못할 무게에 휘청이며지난밤 꽃은 죽어갔습니다구천을 오돌오돌 떠돌며 맴돌고 있는 그 꽃의 영정 앞에비천한 삶 남루한 껍질 하나하나 벋는 것이라며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며영
황은경 기자   2018-11-08
[기고] 숲속의 아침
숲속의 아침고요 속에 장막이 흐르고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와세상을 모두 삼켜 버리니싱그럽고 아름답게 들려오던자연의 소리마저 잠재우던숲속의 어둠을살며시 걷어내며뒷동산 넘어 해님이화사하게 얼굴을 내밀고미소 지으며 세상을 밝히니
황은경 기자   2018-11-04
[기고] 못 다한 사랑 노래
못 다한 사랑 노래못다 한내 생(生)이생(生)을 다하거든아내야.고운 눈매에눈물짓지 말아라.나 죽어당신 가슴에소르르 누우리니 눈물 고인그 가슴도버릴 일이다.다만,목 놓아불러 보던내 흩어진 사랑 노래두어 개주워다가무덤
황은경 기자   2018-10-29
[기고]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사랑이여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허공에 태어나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사랑이여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가서 불이 될온몸을 태워서찬란한 한점의 섬광이 될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빛깔이 없어서 보이지 않고모형이 없어서 만져지지 않아서럽게
황은경 기자   2018-10-23
[기고] 도라지꽃
도라지꽃 동터올 때, 산책길은이슬을 품은 도라지꽃이 웃고 있습니다아릿하게 베어드는 죄보랏빛 향수에 아직 피지 못한 봉오리는어머니의 함구입니다모깃불에 쫓기어호롱불 따라 여치가 노래하는 문틈보랏빛 향내로 오는 엄마의 방은아이의 방이자 물레 방이었습니다장독
이종구 기자   2018-10-22
[기고] 바람을 보다
바람을 보다 단단해진 바람이 빠르게 지나간다부드럽게 불다가 한 순간에 떠나 버린다사실 떠난 줄도 모르고 계속 불고 있는 줄 알았다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바람의 탯줄을 끊고 거리에 선다숨결처
이종구 기자   2018-10-21
[기고] 꽃무릇
꽃무릇담밑의 붉은 혈흔그것은 켜켜이 쌓아올린 오랜 기억토닥이며 같이 늙어가다가죽으면 세상은 우리를 잊겠지만서로 알고 있었음을 기억하는 것으로 족한눈 속에서 꿋꿋이 견디는 혈흔피난처같은 담장 밑 돌리네에서 아리랑을 부른다어쩌면 천년 후의 환생을 꿈꾸며봄
이종구 기자   2018-10-17
[기고] 강마을 수채화
강마을 수채화비 내리는 호젓한 강어귀길가 마디풀 끝동마다초롱초롱 물방울 떨어지고빗물 머금은 밭 다랑이 끝물 참외하염없이 비를 맞으며외로이 때를 기다리네밭 틀 넓적한 호박잎에 고인 빗물어디로 가는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도랑 물소리 재잘거리며오는 길손 맞이
이종구 기자   2018-10-16
[기고] 멍석
멍석고향 집 뒤 곁에 멍석 두 놈지붕 서까래대롱대롱 매달려 있다허리가 휜 채 구겨진 음성무슨 소리 들린다온 가족이 안방처럼 모여 앉아가을을 볶던긴 세월을 말고추억이 머물던 작은 흔적그놈들 가슴에 옛 향기시선을 잡아끈다호롱불 켜놓고밤새 새끼 꼬던 아버지
이종구 기자   2018-10-15
[기고] 보금자리
보금자리조용한 집에당신이 들어서면발소리숨소리가 활기가 찬다제자리에 있던 물건도티브이 소리도 좋다고방마다 돌아다닌다공간이 소리 내고공간이 소리를 받으며사랑 되어 따뜻해진다 하루에 고단함 이겨내고웃는 당신이 있기에기다
이종구 기자   2018-10-14
[기고] 가을에
가을에이제는꾸미지 않으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살고 싶다.이제는,내 작은 체구에 걸 맞는 옷을 걸치고가을의 시골길을 걷고 싶다조용하게 흐르는 시냇물 곁에서가식의 옷을 벗는 나무들처럼그렇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매운 세상의 바람이 가슴을
이종구 기자   2018-10-13
[기고] 국화차를 마시며
국화차를 마시며탁 트인 유리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세련된 디자인의 커피숍이 아니더라도찌그러진 주전자 몇 개 바람에 흔들리는허름한 찻집에 마주앉아 나누는 차 한 잔서로 진하게 공감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한순간 스쳐간 가벼운 인연이라는 이름표를가슴 한 켠에
이종구 기자   2018-10-12
[기고] 나 허물 벗는 날
나 허물 벗는 날나 그동안 너무 행복했노라맑은 물처럼, 때로는 황홀한 자수정처럼그대의 두 눈을 통해 바라 본 세상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솟구쳐 오르면어느새 나의 눈물을 끌어내 몸을 정갈하게 씻기는 그대나 그동안 감사했노라아름답게 빚어 놓은 매끄러운 몸
이종구 기자   2018-10-11
[기고] 그대의 왕궁
그대의 왕궁그대는 어느새 내 가슴 한켠그리움이라는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그 집은 빗장을 가로 지르고나를 가둔 왕궁이 되었습니다그대여~! 그대는 내 안에서, 나는 그대 안에서풍경으로 흐르고 싶습니다창공을 노래삼아 흐르다 흐르다 귀천(歸天) 하는순간까지도
이종구 기자   2018-10-10
[기고] 희망찬 대관의 길
희망찬 대관의 길눈물나고 애잔하게끝이 보이지 않는 오솔길축축함과서늘함을 동반한비가 내리면쪽빛 하늘 드리울재바다가 울더라.쫓아가면 달아나고놓으면 따라오니 세속의 인연은흐르는 물이요,부는 바람 같아라.맑음과밝음의인연의
이종구 기자   2018-10-09
[기고] 세월 첩(帖)
세월 첩(帖)-어느 여류 판화가를 위한 스케치 -여인은 조각 끌을 놓았다작업대 위 여기저기 흩어진 목판에는여인이 걸어온 세월이흘려보낸 추억이 새겨져 있다간조(干潮)에 드러난 모래밭 위 희미한 발자국 같은담배를 피워 문 여인의 시선은그 발자국을 거슬러
이종구 기자   2018-10-07
[기고] 고래가 사는 우체통
고래가 사는 우체통바닷가 우체통에 한 마리 고래가 산다뱃길마다 햇살 부신 지느러미 길게 깔고그리움 얼마나 크면 등에 푸른 혹이 날까오늘도 수평선 너머 귀를 여는 아침이면돌고래 타고 온 기다림을 걷어 내고짧은 밤 기척도 없이 기대앉아 읽고 있다̴
이종구 기자   2018-10-05
[기고] 그곳에 살고 파라
그곳에 살고 파라고고한 심산유곡에소용돌이치는초막이면 어떠하랴산새들 노래하고여울목 벗 삼아버들피리 불면서천년 바위 베개 삼고양털 구름 이불 되니지천이 내 것인 것을 태초의 운명처럼자연에 일환이니돌아 갈 뿐이라네 -
이종구 기자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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