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희망진료센터는 인력을 한 명 줄이고 자체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지방정부로부터 인력과 일부 약값을 지원받아 노숙인 무료진료 활동을 안정적으로 해 왔는데, 갑자기 2023년부터 무료진료소는 노숙인복지사업법의 법정 시설이 아닌 비영리민간단체여서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그렇다고 무료진료 활동을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다행히 인력 1명과 일부 약값은 쪽방상담소를 통해 파견하고, 약을 지원하는 형태로 조정되었다.) 그러니 희망진료센터의 활동은 이전보다 축소되고, 재정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희망진료센터가 해야 할 일을 축소할 수는 없기에 동지들과 함께 자력갱생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희망진료센터가 빨리 없어지는 기관이 되자며 25년을 달려왔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아직은 희망진료센터가 없어지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기에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희망진료센터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올해 총회에서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 희망진료센터의 본질이자 존재 기반인 사람을 살리는 일에 더 매진하자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굳은 결의로 우리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지만 아주 가끔은 왜? 희망진료센터가 이런 어려움을 당해야 하는가?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라는 상념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툭툭 떨쳐버리고는 우리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자며 자신을 다독여 본다. 그러던 중 희망진료센터 초창기부터 함께 걸어온 간호사가 벧엘의집 소식지인 돌베개에 실릴 실무자 글이라며 한 번 읽어 봐달라고 준 글을 보았다. ‘어쩌다 보니 20년’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이 글은 벧엘의집 홈페이지의 머리글이다. 벧엘의집 20년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나에게 질문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난하여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존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원하면서 그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초창기 시절, 희망진료센터를 이용하던 대상자 중에는 무호적자였던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 중 몇 분이 호적을 취득한 사례들이 있다. 그중에 한 분이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고마움의 인사를 하신다. 그분은 이렇게 말을 한다 “자기처럼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연락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분은 일 년에 몇 차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호적을 취득하였을 때 기뻐하던 그때의 그분 모습이 기억난다. 내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고 자랑하며 자기 존재감을 찾아 당당하던 모습. 그분은 본인이 감사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면서 전화를한다.

나도 희망진료센터에서 그동안의 일을 하면서 지나고 보니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와 소중함의 마음이 깊숙하게 울림으로 느껴진다, 내가 만나는 대상자들, 벧엘의집을 찾는 모든분들, 봉사에 참여하여 함께 활동하는 활동가들, 함께 일을 하는 실무자들, 모두가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한 걸음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벧엘의집 희망진료센터의 20년, 나의 인생길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사랑이었고, 감사한 마음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감사를 가르쳐준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한다. 비록 경제적 여건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흔들림 없이 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것이다. 서로 기대며 올해 벧엘의집 표어처럼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새 시대로 향하는 벧엘’을 만들어 가는, 여기 함께 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샬롬.

                                           벧엘의집(울안공동체, 쪽방상담소, 희망진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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