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모여 있는 사람의 속’,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거리’,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들 삶에서 이 ‘틈’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틈은 긍정적 보다는 좀 부정적인 말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또는 모기’, ‘종이 한 장 들어갈 틈이 없어’, ‘사람 하나 겨우 빠져 나갈 틈’, ‘바빠서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이것 생각하느라 다른 것 생각해 볼 틈도 없었어’ 등 경우에 따라서는 핑게를 대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틈이 물건이나 물리적인것일 경우 고치거나 재 조정하고 다시 하면 원상으로 돌리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서적인 틈은 원상 회복이 어렵고 원상 회복이 됐다 해도 그 앙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듯하다.

일상의 삶에서 ‘틈’이 생기면 무엇인가 삶에서의 고민이 생기고, 하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과정이 뒤따르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라는 제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틈’은 결과적으로 현재의 적당하거나 잘 나가는 일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나 소설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부부간에 틈이 생기기 시작해서’, ‘우정이 틈이 생겨서’라는 말 등을 보면 ‘틈’은 사이가 난 자리이지만 그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들어간다는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틈 – 틈새라는 말이 있어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일을 하는 기발한 일을 나타내주는 보조의 말로 쓰이기도 한다. 며칠 전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틈새라면’이라는 작은 간판을 보았다. 정말 큰 건물 사이의 작은 틈에 끼어 있는 간판 아래 사람하나 드나들 만한 틈에 라면을 파는 식당이었다. 참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 오는 길은 마침 저녁때 였는데 유리창 너머로 몇몇 손님들이 있어 보여 영업이 잘 되는 듯 보였다. 작은 틈을 활용한 그 기발함에 영업이 잘 되기를 빌었다.

10월 7일 Palestine의 대표적인 이슬람 저항 운동 단체인 Hamas가 Israel을 공격하여 전쟁이 일어났다. 외신들은 Israel이 자랑하는 Iron Dome의 틈으로 포탄이 날아 들어 Iron Dome의 성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드는 무기체계나 방어체계도 생각하지 못한 틈(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일부 외신들은 Israel의 Iron Dome의 틈새(단점)가 있다기 보다는 Hamas의 paragliding과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어쨌든 침투 과정은 전문가들이 분석할 일이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적국의 공격에 대한 방어체게인 Iron Dome의 ‘틈’은 과연 없는가라는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결과를 두고 남북이 대치된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여 안보 상황을 분석하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개인의 삶이든, 단체의 운영이든, 국가의 안보든 작은 ‘틈’ 하나 없이 점검하여 완벽하게 꾸려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운동 경기 중 감독들은 상대방에게 틈을 보이지 말고 공격하라고 주문한다. 그러기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중동의 전쟁을 보면서 바로 우리 안보와 경제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예보, 민생보다는 말만 많은 정치권 소식, 고공물가에 김장을 해? 말어? 고민도 되고, 전기·가스 요금이 오르네 마네 하는 시기에 마음은 더 추워진다. 전설의 고향 이야기에서나 나올법한 틈에 사는 해충 ‘빈대’가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니 이 또한 걱정이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께서 문풍지를 만들어 겨울을 대비했었다. 그런데 요즘의 하이샷시나 알루미늄 창문은 바퀴 사이에서 바람이 들어와 문풍지를 대기도 어렵다. 시간을 내어 문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나 막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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