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무 경영학박사
조병무 경영학박사

한신은 뛰어난 명장이었다. 그래서 유방도 그를 없애는 데 고심했다.

그래서 한신이 왕으로 있는 초(楚)나라의 영내(領內)에서 사냥한다고 유인하여 포박하고 장안(長安)으로 데리고 가서 죽였다. 이때 한신은 부하들이 여러 번 모반할 것을 권유했으나 그것에 동의 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원통해야 했다.

그때 한신은 다음과 같이 외쳤다. [교토(狡兔)가 죽자, 주구(走狗)는 탕거리가 되고, 고조(高鳥)가 타죽자 양궁(洋弓)은 광속으로 들어간다. 적국이 모두 파괴되자 모신(謀臣)은 망하도다. 천하(天下)는 이미 평정되었으나, 나 역시 탕거리가 되는구나.]

한신의 말을 풀이하면 아래와 같다.

[약삭빠른 토끼가 모두 잡히니, 그를 쫓던 개는 쓸모가 없어져 탕거리가 되었고, 하늘 높이 날던 새가 모두 떨어지고 나니 훌륭한 활은 쓸모가 없어서 곳간으로 치워버린다. 적국이 망하고 나니, 지략에 능한 신하는 죽임을 당하나 천하는 그래도 태평하도다. 무인(武人)인 나도 이제 잡아 먹힐 때가 왔으니 할 수 없구나.]

한신의 이 울부짖음은 침통하고도 회한(悔恨)이 가득하다.

이런 경우 속이는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속는 쪽이 바보다. 이것은 비단 전국시대 영웅들의 인심이라기보다도 권력이 난무하고 기업(企業)의 윤리(倫理)도 없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출세만을 노리는 요즈음의 경쟁 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관계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질서가 자취를 감추고, 가치는 혼돈에 빠지고, 평화에는 난맥이 싹트게 된다. 이것을 난세라고 한다. 성명(聖明)한 통치자는 기대하기 힘들고, 현자(賢者)는 오히려 배척당하고 도의는 땅에 떨어지고, 그 대신에 간악한 권신들이 날뛴다. 그들은 유(類)가 수(數)를 불러서 더욱 간악함은 우자(愚者)들을 모으고, 이러한 집단이 사회의 주류(主流)를 형성하고 세상이 내 것인 양 횡행(橫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진정 현인(賢人)들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불행하게 우자(愚者)들에게 행운을 안겨다 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아침저녁 뉴스에는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위해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려고 총력을 다한다는 소식이다.

국민의 힘은 집권 여당으로 국정운영에 동력을 얻고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독재를 견제하고자,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은 발언권을 보장받고자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모양새다.

배신과 내로남불이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는 토사구팽이 일상사(日常事)다.

그러니 모두 출마 시에는 국민의 종으로, 머슴으로 넙죽 절하며 한 표를 간절하게 호소하면서 당선되면 유권자를 잊어버린다. 청문회 등 자신들의 권위와 이익을 내세울 때만 국민을 찾는다. 이는 국민을 배신(背信)하는 토사구팽이다.

내년 새봄에 치러질 총선에서 우자(愚者)들이 아닌 현자(賢者)들이 당선(當選)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토사구팽(兎死拘烹)을 다시 한번 음미(吟味)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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