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당한 청백리

옛날 선비들은 벼슬살이하는 데에도 그 나름대로 철학이 있어 자기가 배운 도덕을 가장 바르게 행하는 방편으로 삼았다. 자리에 있을 때 아는 사람 봐주고, 챙길 것 왕창 받아 숨기는 관리들이 아니었다.

도(道)는 정(正)이요, 정(正)은 곧 정(政)이니, 선비는 자기가 닦은 도(道)의 철학을 정(政)을 통해 백성들에게 베풀려고 하였다.

따라서 선비들이 행한 정치의 요체가 인(仁)으로 귀착되었다. 그래서 인(仁)을 행함으로 이(利)를 얻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것은 백성들을 다스리는 관리의 마음에 이(利)가 인(仁)보다 선행(先行)

될 때는 공(公)보다 사(私)가 앞서게 된다. 다시 말해 사(私)가 앞서는 정치는 항상 백성을 괴롭히는 요체로 귀결되기 때문이었다.

옛말에 “수탁어엄”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위 강물이 탁한 오물이고, 흙탕물이면 강의 고기들이 물 위로 고기들이 주둥이를 내밀고 숨을 헐떡거릴 뿐만 아니라 때로는 떼 죽임을 당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강물은 정사(政事)요, 물고기는 백성(百姓)을 뜻한다.

청백리(淸白吏)는 청렴결백(淸廉潔白 :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없음)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나라의 관리 중에서도 모범이 되는 그런 분들을 청백리로 뽑았다. 고려시대부터 등장한 청백리는 처음엔 지방 관리 중에서 뽑았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의정부 대신들이 왕에 추천하는 제도가 되었다고 한다. 생존 시에는 염리(廉吏)로 대우하고, 사망 후 염명이 높았던 관리를 청백리로 녹선하여 우대하였던 제도다.

우리나라 청백리의 대표적 인물로는 맹사성 대감을 꼽는다.

맹사성은 효성이 지극하고 시와 문장이 뛰어났으며, 음악을 좋아하고 마음이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직 나라에서 주는 녹미(급여)만으로 생활하는 청백리다 보니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러나 맑고 깨끗한 그의 생활에는 한 점의 티도 없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한 대감이 그의 집을 찾았다. ‘세상에 한 나라의 정승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초라하게 살다니….’

안으로 들어가서 맹 정승을 만나 대감은 더욱 놀랐다.

맹 정승 부부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그릇을 갖다 놓기 바빴다.

대감은 그만 눈물이 핑 돌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대감께서 어찌 이처럼 비가 새는 초라한 집에서….”

“허허, 그런 말 마오.

이런 집조차 갖지 못한 백성이 얼마나 많은지 아오?

그런 사람들 생각을 하면 나라의 벼슬아치로서 부끄럽소.

나야 그에 비하면 호강 아니오?”

얼마 전 뉴스에 더불어민주당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자금 마련 및 전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된 강래구(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씨가 봉투 전달 5개월 후 ‘청백리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수상소감으로 “내부 견제 시스템과 부패 예방 제도를 개선하고, 공명정대한 직무수행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국보 청백리’가 도굴당한 느낌이다.

조병무 박사/칼럼리스트
조병무 박사/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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