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에 부쳐 -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김천 도로공사 본부 점거농성을 보며 많은 이들이 1978년의 동일방직을 떠올렸습니다. 해당 직종 종사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과 사측과 경찰의 야만적인 탄압을 받아내고도 보다 힘 있게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가 선명하게 겹쳐 보입니다. 그러나 인천산업선교회가 동일방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고난당했던 당시의 역사적 책임을 지금의 감리회가 감당하고 있는가? 자문할 때 우리는 크게 부끄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7년간의 긴 싸움 끝에 대법원의 복직판결을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대량해고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맞선 250여 조합원들의 농성을 도로공사와 경찰은 강제해산과 불법연행으로 탄압했고, 연행에 맞서 팔짱을 끼고 상의를 탈의한 여성들을 향해 조롱과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채증한 사진을 단체 카톡방에 공유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물러서거나 위축되지 않고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로 고발했습니다. 다행히 도로공사와 경찰의 폭력적 인권침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싸움은 더 큰 연대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도로공사의 더 교묘해진 탄압으로 인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농성장의 환기와 청소, 전기 공급을 끊고, 수백 명의 경찰이 상주하며 ‘시설보호’를 명분삼아 현장을 봉쇄하다시피 한 채 농성장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에 따라‘최종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보도도 결국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기만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이들은 톨게이트 수납이 “어차피 없어질 일”이라며 냉소합니다. 그러나 이는 톨게이트 수납노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지하게 마주하고 지혜를 모으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고용불안과 빈곤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노동의 가치가 훼손되고 산업발전의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이 갈려 나갈 때 기독교는 어떤 원칙을 선포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을 위해 일하기를 쉬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노동의 신성을 천명하고 노동자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온 힘을 경주해야합니다.

경찰에 둘러싸인 농성장 안에서 노동자들은 예배하고 싶어 했습니다. 교회를 향한 이들의 요청을 노동에의 감사를 잊은 몰염치한 시대, 노동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손쉽게 묵살하려는 세상 속에서 교회가 무감각해지지 않도록 일깨우는 하늘의 음성으로 듣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내 딸들과 아들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말이 옳다.”(민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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