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신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 사진=사교육없는세상

지난 8월 22일 첫 방송된 MBC ‘공부가 머니?’에서는 삼남매의 아빠인 배우 임호 씨의 가정이 출연해 각각 9세, 7세, 6세 자녀가 사교육1번지인 대치동에서 일주일에 총 34개의 사교육 스케줄을 소화하는 사연이 방송됐다.

그리고 이들 가정의 사교육 문제에 대해 드라마 ‘SKY캐슬’ 김주영의 실제 모델이라는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비롯해 자녀를 소위 최상위권 대학교 5곳에 모두 합격시킨 돼지엄마 컨설턴트 등이 출연해 특급 솔루션을 내놓을 것으로 홍보하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 비정상적인 사교육에 내몰려있는 가정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부각시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성함.

해당 프로그램은 ‘성적은 올리고 교육비는 절감하는’ 에듀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을 표방하고 있는데 흡사 경제전문TV방송 등에서 보험 및 재테크 전문가들이 의뢰인의 보험이나 저축상품 등을 분석해서 불필요한 특약은 없애거나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는 방법 등을 제시해주는 ‘보험상품 리모델링’ 프로그램의 상업적 포맷을 그대로 덮어씌우기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송은 영유아 교육과 보육은 행복한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사교육 상품을 넣고 뺴는 솔루션을 제시하며, 비정상적인 사교육에 내몰려있는 한 가정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선행학습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더 조장하고 있다.

패널로 등장한 전문가들은 ‘대학이 원하는 몇 천 등 안에 딱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행을 해야한다.’ ‘선함이 진도보면 너무 많이 시킨게 하나도 없어요?’ ‘초2때 초등학교 진도 다 나가고 중학교 수준 선행을 해야 한다.’며 선행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준서(6세)는 (공부를) 놓기에는 위험한 아이, 얘는 (사교육) 해야하는 아이’라며 아직 미취학 아동인 유치원생 막내에게마저 사교육을 안하면 안될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했다.

■ 놀이와 취미마저 학습과 성적상승을 목적으로 연결

또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기존 토요일에 하던 숲체험은 단순 휴식시간이라며 이마저도 없애고 역사체험으로 대체하고 일요일은 전날 체험 내용으로 아빠와 체험북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며 모든 체험이 포트폴리오화 되도록 권장했다.

제시된 활동 중에도 아이가 숨쉴 곳은 없어보였다. 엄마 아빠의 따뜻한 숨결을 온전히 느껴야 할 시간마저 연산수업과 역사체험북 만들기로 대체돼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수학자들 중에는 음악을 즐겨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음악이 수학적·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떄문이라며 사교육 중 음악활동이 빠진 것을 아쉬워했다. 놀이와 취미마저 철저히 학습을 목적으로하는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놀권리, 건강권 및 발달권, 참여권 등을 명시하고 있고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는 자연환경과 어울릴 권리,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지 않을 권리, 놀이 여가 휴식권 및 수면권, 지나친 학습부담에서 벗어날 권리를 적시하고 있다.

국내외 조약과 법령들이 영유아의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을 통해 비춰진 가정의 사례는 아동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되어 극심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여가와 놀이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영유아 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공부가 머니?’ 아동의 놀권리, 건강권, 발달권, 참여권 침해 사례

1. “삼남매 사교육 총34개, 주말 숙제 총20개” “일요일은 종일 숙제의 날, 가끔은 주말 이틀동안 내내 숙제하기도 해”

국외학자들이 제시하는 권장 숙제시간에 영유아는 아예 제외되어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라도 하루에 0~30분(Cooper, 2008), 혹은 1주일에 15~20분 정도의 1~3개의 숙제(Zentall, 1999)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삼남매의 학습시간은 지나치게 긴 편이다.

2. “하교 후 15분 단위로 촘촘하게 쉴틈 없이 반복되는 스케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권장 운동 시간은 5~17세 아동의 경우 하루 최소 60분 이상이며, 호주 보건부는 영아는 신체활동을 장려하고 3~5세는 최소 3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해야 하며, 영유아 모두 1회에 1시간 이상 앉아있거나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면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육아정책연구소, 2016). 그런데 삼남매의 시간표 속에서는 바깥놀이 및 놀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3. “삼남매 평균 취침시간 12시”

육아정책연구소(2018)가 5개국 영유아 학부모를 대상으로 2~5세 아동의 취침시각을 조사한 결과, 한국 아동의 취침시각은 9시 52분으로 핀란드 8시 41분, 일본·미국 8시 56분과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2018아동종합실태조사(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위 학원·과외 때문, 2위 야간 자율학습때문, 3위 가정학습 때문에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혀져, 아동들의 대다수(76.4%)가 학업과 관련한 요인에 의해 수면부족을 겪고 있었다. 삼남매도 사교육과 숙제 등으로 인해 평균 12시에 잠자리에 들고 있어 미국 수면재단에서 권고하고 있는 학령기 아동의 수면시간 9~11시간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4. “HTP심리검사에서 자아를 300살, 200살로 표현하며, 스크레치난 형태로 표현.”

홍은자 외(2001)와 박영양 외(2004)의 연구는 사교육 수가 많아질수록 스트레스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고, 권정윤(2007), 백혜정 외(2005), 홍현주 외(2011) 등은 사교육 시간이나 가짓수에 따라 유아의 문제행동의 빈도가 높아짐을 밝혔다. 삼남매도 나무그리기 심리검사를 통해 300살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5. “자기초월점수 높아”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이유 중의 하나는 ... 제가 부모로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안하면 안될 것 같아서 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참여권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는 어린이의 학원에 다닐 것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한국아동학회(2002)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조기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무관심과 방임에 버금가는 아동학대임을 천명했고, 열린아동권리위원회(2003)에서는 아동의 일을 결정할 때 주체가 되는 그들을 철저히 소외시킨 행위를 아동권리침해 사례라고 제시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2013)도 원치 않는 사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어린이 권리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영유아에 대한 사교육은 교육받는 사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

■ 아동의 권리나 발달에 대한 고려 없이 학업성취로 귀결되는 솔루션을 제시

언론에서 '공부가머니?'는 “공부하는 자녀들과 고민 많은 학부모를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교육비는 반으로 줄이고 교육 효과는 최대한 높이는 자녀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한다. 前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비롯해 자녀를 명문대 5곳 동시 수시 합격시킨 실전형 교육 컨설턴트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입시 및 교육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며 프로그램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목적, 인간으로서 전인적인 성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입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교육효과”만을 다루어 공영방송의 공익성과 윤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런 비판에 대해서 궁극적으로는 사교육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공교육 커리큘럼도 적극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취지는 아이에게 알맞은 교육 방식을 추천해서 쓸데없는 사교육에 돈 낭비를 하지 말고, 아이들이 좀 덜 고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학업성취로 귀결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결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남들 하는만큼 시키고 있는 것뿐이며, 더 많이 하는 집도 있다는 출연진의 발언에, 소신지키며 건강하게 자녀 양육을 해오던 부모들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나만 알고싶다며 방송뒤 알려달라는 연산 수학 교재와 로봇 코딩 수업, 수학동화 등 새로운 사교육 상품 소개에 너도나도 검색창에 키보드를 두드릴 것이다.

올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캐슬’의 경우에도 20억이 넘는 비용이 드는 넘사벽 입시컨설턴트의 존재가 현실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일부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고, 되려 입시컨설팅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부가 머니? 제작진 및 방송사는 사회적 책무성을 회복해야

사회에 번져있는 사교육, 학력·학벌주의를 개선하고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방송이 오히려 선행학습을 유도하고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하며 아동의 권리 침해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 1항은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 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방송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기억하며,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사교육 문제, 학력·학벌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해당 방송이 이러한 책임을 다했는지 확인하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요청할 것이다.

또한 제작진은 아동심리전문가가 아동의 영재성을 판별하는 검사로 부모의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역할을 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심리적·정서적 건강권을 보호하고 사교육의 폐해와 부작용이 어떠한지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을 감안하여 영유아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의 사교육을 조장하는 그 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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