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송 시인

                     목련

"에미야 강냉이 한 쪽박 물에 칼칼히 일어서
볕 좋은디다 고슬하게 잘 말려라
오는 장날 아그들 튀밥 쪼까 튀다 줄란다"

시커먼 맨살로 흙바탕을 드러낸 마당 한 켠
새내끼로 가는 허리를 질끈 동여맨 볏짚이
촘촘하게 울타리로 지킴이를 하는 텃밭에는

두어 걸음 사이를 둔 곰발 같은 호박구덩이마다
일 년 묵힌 구리한 합수가 누렁으로 가득하고
거미줄에 걸린 아지랑이가 빛 자람으로 무성한 날

무명 저고리 차려입고 동백기름 참빗에 담아
곱게 빗은 쪽머리를 면경으로 단장한 할머니는
투두둑 툭툭 봉긋봉긋 앞서라 뒷서라 하얗게 터지는
우물가 목련을 바라보며 낮밥에 바쁜 엄마를 재촉했지

하룻밤에 별이 뜨고 달이 지고
탱자나무 담장 너머 뒷집 시종 아짐네
고집 센 뿌사리가 이른 하품을 하는 아침

오일장 나들이로 마음 바쁜 할머니
장보러 가는 길 두 손에는 한 짐으로
늙은 황소 불알만한 주머니가 들려지고

낮참 지나 한동안에 별일이 생겼어라
집 오는 길 할머니 머리 위에 한 포대기
고소하고 달콤한 튀밥 꽃이 가득이다

 

봄이 봄을 타고
또 봄이 봄을 넘어
어느덧 내가 할머니 나이 된 날

잊었던 시간을 거슬러 찾은 고향집
할머니 매듭 굵은 손가락 고이 닮은
목련꽃 가지마다 고소함이 피었다
그리움이 투두둑 튀밥으로 꽃을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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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송 시인 : 1960년 나주출생/호남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 예술학 석사/연극배우, 연출가. 희곡작가/희곡/ 소풍 외/전 전남과학대학교 모델 이벤트과 겸임교수/광주여자대학교 모델 연기과 외래교수/현 극단 예린 소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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