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자여행은 즐겁다...

 

개강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자!” 해서 떠났던 ‘겨울 내일로 여행’을 다녀오고 어느새 여름이 다가온다. 바쁜 학교생활에 매이다 다시 여행에 가고 싶은 마음이 솟아 사진이라도 보자며 갤러리만 뒤적거리게 된다.

‘내일로’는 코레일에서 방학기간마다 만 25세 이하의 내국인들에게 ktx를 제외한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내일로 티켓은 5일 권(56,500원)과 7일 권(62,700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만29세 이하로 이용 가능한 연령대가 늘어나고 티켓 가격과 몇 가지의 변경 사항이 있다.

3번째 내일로 여행을 결심한 나는 처음으로 언니와 함께 단 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올해로 22살이 된 나는 5일 권 티켓을, 31살이 되는 언니는 3일 권 티켓을 구입했다. 처음 계획에서 언니는 3일정도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기로 했지만, 둘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 날까지 나와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의 첫 번째 일정은 단양이다. 단양에 왔으니까 떡갈비를 먹자며 찾아 본 맛집으로 이동했지만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택시 기사님께서 주변 볼거리로 구경시장을 추천해주셔서 바로 차를 틀어 구경시장으로 향했다. 첫 끼니로 그곳에서 마늘만두와 새우만두를 먹었다. 새우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하나 포장까지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시장이 전부 문을 열지 않아서 아쉬움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이동했지만 “여행은 즉흥여행이야!” 라며 조사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대가로 아쿠아리움은 휴무일이었다. 하지만 단양은 지나다니는 길가조차 너무 예뻐서 30분이 넘도록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게 된 단양 일정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 일정인 정동진으로 가기 위해 제천역에서 환승을 했다. 환승 시간까지 1시간 정도가 남아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역전 바로 앞에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메밀전병을 사먹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추우니까 잠시 들어와 먹으라고 자리를 내주셨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닫혀있는 가게들에 의아해하자 겨울에 관광객도 별로 없고 다들 문을 잘 열지 않는다고 하신다.

정동진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포장해온 새우만두를 먹으며 숙소를 찾았다. 내일로 숙박필증을 가져오면 1명당 1만원씩 할인을 해준다고 하는 역 앞 모텔로 예약을 했다. 정동진에 도착했을 때는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있었다. 아무거나 먹자며 들어간 식당에서 추위를 삭히기 위해 설렁탕 한 그릇과 파전을 시켰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 설렁탕에 맛집인 것 같다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식 후 정동진 밤바다를 보기 위해 역 앞 바다로 나갔다. 어둠속에서 파도가 넘실넘실 모래사장을 덮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생각했다.

 

둘째 날 아침, 언니가 해돋이를 보고 먹었다던 초당두부를 먹고 정동진역의 역무원 분들에게 혹시 부채길이 오늘 개방하는지 물어보자 기상문제로 오늘은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 시작부터 가려던 곳들이 전부 문을 닫아 속상했던 와중에 꼭 가봐야 한다며 추천받았던 부채길도 갈 수 없게 되어 우울했지만, 모텔 사장님의 배려로 다음 일정지인 하슬라아트월드 까지 태워주신다는 말에 우리는 불행한번 행운한번씩 돌아서 오는 것 같다는 농담을 나누며 신나게 차를 얻어 탔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미술관과 공원을 함께 볼 수 있는 통합 권을 내일로 할인을 받아 구매한 후 둘러보았다. 내부에서 다양한 조형물과 기묘한 분위기의 미술관까지 있었다. 조명이 반짝이는 통로 같은 곳에서 둘이 한참 춤을 추기도 하고 피노키오 조각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내부를 다 본 후 나간 곳에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슬라아트월드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 전날 먹지 못했던 시오야끼를 먹고 바로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역은 폐쇄되어서 버스를 타고 1시간동안 가야했다. 강릉숙소는 경포해변 앞으로 잡았는데 강릉역이 없다보니 숙박필증은 정동진에서 받아가야 한다. 중간에 숙소를 잡기위해 다시 찾아보지 않았다면 숙박필증 없이 강릉으로 갈수도 있었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강문해변 쪽에 있다는 수제버거를 먹기 위해 강문 해변 쪽으로 천천히 야경을 즐기며 걸어갔다. 등대를 뒤로하고 언니는 형부와 영상통화를 나는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며 밤 야경을 즐겼다. 처음 먹어본 수제버거는 시각적으로도 미각적으로도 아주 훌륭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서 먹고 싶었던 닭강정과 맥주, 과자와 함께 내일 아침을 해결할 음식들을 사갔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내일 일정에 대해 생각하며 맥주한잔을 마시고 이틀째 여행을 마무리했다.

 

셋째 날에는 경포해변의 느린 우체국으로 향했다. 느린 우체국에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았다. 느린 우체국은 1년 후에 도착하는 편지이다. 나는 1년 후의 내가 뭘 하고 있을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하진 않았을지 걱정하며 편지 한 장을 완성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는데 1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한다. 짧은 시간 안에도 사람은 꾸준하게 변화하는 것 같다.

다음으로 향한 목적지는 안목해변이다. 안목해변의 포토 존은 액자사진으로 유명하다. 액자 속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찍어주며 한참 사진에 열중해 있을 때 불행하게도 비가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갔지만 우리는 우산을 펼쳐들고 이게 바로 아이템이라며 우산을 쓰고 꿋꿋하게 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를 타러 향했다.

다시 정동진으로 간 후 묵호역을 가기위해 기차를 탔다. 묵호역에서 내리는데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언니와 나는 당황하며 혹시 묵호역이 2개인거 아니냐고 여기는 관광지가 아닌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며 조심스럽게 나왔다. 다시 숙박필증을 받고 가기로 한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길에도 사람들이 없고 조용하기에 여기에서 대체 뭘 구경하냐고 투덜대며 갔다. 게스트하우스를 처음 방문하는 우리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사장님이 계시지 않아 문자로 번호를 받고 들어갔다.

 

게스트가 많아 자리가 부족할 수 있다던 사장님의 말씀과는 다르게 방은 텅텅 비어서 언니와 나 단 둘이 이용할 수 있었다. 바비큐 파티나 맥주파티를 기대했던 우리는 아무도 없음에 실망하며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자고 나가서 묵호에서 유명한 장칼국수를 먹었다. 장칼국수는 얼큰한 맛에 찬밥과 함께 먹으면 최고라는 블로거님의 말을 믿고 공깃밥 하나를 시켜서 말아 먹기까지 했다.

둘 다 배가 빵빵해진 채로 야경이라도 보자고 나가던 길 비오는 어두운 주차장에서 갑자기 봉고차 한 대가 들어오는걸 봤다.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나도 함께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봉고차 한 대가 우리가 걸어가려다가 멈췄더니 같이 멈춰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니가 느낌이 좋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한쪽 길에 가만히 멈춰있더니 한참을 가만히 있던 봉고차가 스르륵 지나간다. 무서움을 느끼며 있는데 언니는 차 안에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 거 같다고 빨리 돌아가자고 했다. 봉고차는 아주 느린 속도로 지나가고 우리는 발걸음을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한편의 공포영화를 찍은 것 같다고 덜덜 떨다가도 이런 날은 나가면 안 되니까 우리끼리 치킨을 먹자고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 있던 옛날 통닭집에서 통닭 한 마리와 맥주 한잔을 사왔다. 순식간에 통닭 한 마리를 다 뜯어먹은 우리는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넷째 날 아침, 전날 문이 닫혀 보지 못한 시장에서 분식을 먹고 아침을 시작했다. 첫 번째 일정인 바람의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높은 언덕길에 바람은 강하게 불어 정말 바람의 언덕이구나라며 한탄하며 가게 되었다. 블로그에서 본 것과 다르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좋은 경치는 아니었지만 높은 곳에서 바다와 함께 묵호를 볼 수 있어서 기분은 상쾌했다. 길을 따라 논골담길을 통해 묵호등대를 보러갔다.

 

논골담길은 4가지 길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데 우리는 첫 번째 논골담길을 이용했다. 정상으로 올라가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었는데 바다가 한눈에 보여 2~3시간동안 머물러 있었다. 정상에서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며 바다를 보여주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보고, 묵호 바다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배를 보고 얼마나 움직였나 얘기도 나누었다. 카페 안에는 엽서가 있어서 언니는 남편에게 나는 곧 생일인 친구에게 엽서를 쓰기도 했다.

카페에서 나와 묵호등대로 가는 길 혼자 여행을 오신 아저씨 한분을 만났다. 둘이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낑낑대는 모습에 대신 찍어주신다고 하셨다. 혼자 치즈~하면서 사진을 찍으시는 유쾌한 모습에 우리도 사진을 한 장 찍어드렸다. 묵호등대 앞에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친구 분과 여행을 온듯한 아저씨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논골담길에서 내려와 가는 길 활어판매센터를 보고 지나칠 수 없다며 들렀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잘 먹는 오징어 회를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본래 하루만 머물고 동해로 이동할 일정이었던 우리는 묵호가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며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숙소 앞에서 머뭇거리는 여행객 한명을 우리가 머무는 게스트하우스로 인도하기도 하고, 숙박필증을 받으러 간 역 앞에서 같은 숙소를 이용하는 여행객도 만나 저녁에 바비큐 파티를 하게 되었다. 여행 3번동안 주로 모텔을 이용하고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해도 먼저 만났던 다른 일행들과 나가서 놀다 들어와 한 번도 이용해본 적 없는 바비큐 파티에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고기를 먹기보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소개를 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말 즐거웠다. 그렇게 내일로의 마지막 날 밤이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내일로의 일정은 마무리하고 오빠가 살고 있는 서울로 가기로 했다. 서울로 가는 기차는 시간이 맞지 않아 버스를 이용했다. 서울에 가서 처음으로 남산타워를 가봤다. 낮에 가서 어두워질 때쯤 내려와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빠가 조개구이를 사준다고해서 신나게 내려왔다. 서울 오빠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오빠는 쉬겠다고 집에 남고 언니와 나 둘이서 서울 나들이를 했다. 가로수 길에 가보고 언니가 먹고 싶다고 하던 번개 아이스크림과,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쯤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잠에 빠져들었다. 생각했던 일정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주의함에 반성도 했지만 역시나 내일로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항상 혼자 여행하던 나로서는 준비성이 철저한 언니와의 여행에 힘이 들기도 했지만 함께여서 오히려 즐겁기도 했다. 여행도중 만났던 여행객들이 언니와 여행을 한다고 신기해하던 걸 떠올리면 우리의 사이가 확실히 다른 자매들보다 좋은가보다 라며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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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 채민정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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