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도 이만저만 아냐

6월 14일 당 대표 취임 후 대전현충원을 찾아 분향하는 이준석 대표
6월 14일 당 대표 취임 후 대전현충원을 찾아 분향하는 이준석 대표

25살 대학생이 청와대 1급 공무원에 입성하는 파란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국민 지지에 깜짝 놀라 실천한 촌극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21일 신임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박 비서관은 1996년생 대학생으로, 최연소 민주당 지도부에 이어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 타이틀도 따내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선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유명한 모 유튜버는 “9급도 아닌 1급을 25살에 된 분이 탄생했다. 그간 행정고시 합격한 공신도 몇 번 초대해서 촬영했다. 그 무시무시한 시험을 합격하면 5급이다. 그리고 25년 정도 일해서 운 좋으면 1급 되는 건데 무려 25살에 1급이 됐다. 이게 경기도지사나 군단장과 같은 급”이라고 비꼬았다.

운이 좋아 겨우(?) 25살에 청와대 1급 공무원에 들어간다면 공시나 사시 등 머리를 짜내며 공부하는 다른 젊은이들의 박탈감은 대체 무엇으로 대체하려는가? 청와대에서 누가 25살 청년을 발탁했는지는 주인공이 분명 실재할 것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이준석 대표가 되니까 청년 표심을 잡겠다고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파란을 일으킨 소위 ‘이준석 현상’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이준석이 보여준 이른바 능력주의는 문 정권이 보여준 조국 사태와 LH 사태 등에 절망하고 분노한 국민이 보여준 당연한 반동의 결과였다. 그렇지만 25살 청와대 1급 공무원 발탁은 무리수라는 비판과 함께 “이게 정말 공정한 나라냐?‘라는 개탄과 탄식이 봇물 흐르듯 창궐하고 있다.

청년 표심은 젊은 사람을 높은 자리에 쓴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25살 청년 발탁은 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것에도 반하는 행위다.

수십 년 애오라지 공직에 머물며 묵묵히 일해 온 수많은 공무원들은 하루아침에 낙하산을 타고 착지한 25살 청와대 1급 공무원을 과연 어찌 보겠는가. 2019년 영화계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다들 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화두는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다.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이다. 따라서 아무나 함부로 그 선을 넘으면 안 된다.

자식이 아버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사원이 사장을 능멸하는 것도, 9급 공무원이 1급 공무원에게 훈계하는 것도 다 선을 넘는 것이다. 지켜야 할 선을 넘는 순간, 영화 [기생충]의 결말처럼 안 좋은 사달이 초래된다.

이준석은 치열한 경선을 치러 당 대표가 됐다. 그러나 25살 청년은 경선은커녕 단지 운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1급 공무원이 됐다. 불공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준석 따라 하기가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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