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신비를 묵묵히 지켜온 가족들이 있기에 -

 

 오골계라고 하는 오계는 건강식으로, 약용식으로 이용되는 우리나라 특산품이며 천연기념물(제265호)이다. 국도 1호선의 대전 논산 구간 중, 논산시 연산면에 화악리 오계 농장이 있다.

 사육하는 가금류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계를 취재하여 알아두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소개한다.

<오계의 유래> 오계는 뼈(뼈골骨)가 까마귀(까마귀오烏)처럼 검은 닭(닭계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깃털은 대부분 검은색이나 간혹 흰색 또는 흰색과 검은색의 바둑이 무늬가 있는 닭도 있다. 오계의 원산지는 동북아시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당나라에서 함경남도 원산을 통해 처음 들어온 후 전국으로 퍼졌으나 다른 지방에서는 모두 멸종되고 계룡산 자락인 논산시 연산지방에서만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조선조 19대 숙종 임금이 중병을 앓던 중 오계를 드시고 건강을 회복한 후부터 이 지방 특산품으로 해마다 진상 품목이 되어 왔다고 한다. 연산 화악리에 사는 통정대부(通政大夫, 도지사) 이형흠님이 25대 철종 임금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오계는 풍토에 대한 배타성을 갖고 있어 계룡산 지락을 벗어나면 뼈와 피부색이 변하는 등 혈통을 보존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러 연구 결과 나타나고 있다.

<오계의 특징> 겉모습은 우리나라의 재래종 닭과 비슷하다. 오계의 가장 큰 특징은 뼈가 검다는 점이다. 뼈의 색깔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동의보감「금수편」에서는 "눈이 검으면 뼈가 반드시 검다"고 소개하고 있다.

오계의 볏은 왕관(crown)형이며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암컷의 볏은 수컷보다 훨씬 작으나 모양은 수컷과 같다. 깃털은 청자색이 감도는 흑색이며, 발가락이 4개, 다리에 잔털이 없는 것이 순종 오계이다.

가끔 흰색이나 얼룩무늬 깃털을 입고 나오는 것도 있다. 일종의 돌연변이인 흰 오계는 평균 2천수당 1마리 꼴로 나오는데 검은 어미에게서 흰병아리가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흰 오계를 생산하지 못하는 오계는 순종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오계의 특성>오계는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와 사육에 어려움이 많다. 오계는 가금류라기보다는 야생조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 닭처럼 가두어 놓고 집단적으로 사육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오계의 사육 기간은 일반 닭보다 5배 정도 길기 때문에 오계 사육이 일반 양계보다 5배는 어렵다. 갓 태어난 병아리의 평균체중은 약 33g이며 1개월을 키워도 체중이 130g정도 밖에 안된다. 일반 닭과 달리 밤에는 모이를 잘 먹지 않으며 인공 사료를 먹기보다는 벌레를 잡아 먹는다든지, 풀을 뜯는다든지, 모래나 흙을 주워먹는데 더 흥미를 갖고 있다. 오계 암탉은 일반 암탉과 달리 알을 잘 품는다. 오계는 일단 알을 품으면 병아리가 태어날 때까지 거의 자리를 뜨지 않을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수컷은 싸움상대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거나 마구 찍어대며 매일 제 피라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호전형이다. 가끔 사람에게 대들어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수탉은 암탉보다 체구가 50%정도 크며 번식력이 좋다. 교미를 하기 위해 암탉을 쫓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오래 묵은 암탉일수록 깃털이 많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수컷이 교미하면서 깃털을 뽑아버리기 때문이다.

오계는 지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해 타 지역으로 나가면 성격이 변하고 모습도 달라진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로는 계룡산 사방 30리를 벗어나면 뼈와 피부 색이 점차 엷어져 오계의 특성을 잃어간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연산 화악리 오계가 타지방으로 전출할 경우 3대째(F2)부터 유전자 형질에 가시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오계의 사육 방법> 일반 닭은 35∼40일이면 식탁에 오를 수 있지만 오계는 평균 5개월을 길러야 한다. 오계는 일반 닭보다 오래 길러야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특히 환기를 잘하고, 물은 지하수나 샘물을 먹여야 한다. 백신 프로그램은 농장의 사육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백신접종과 투약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환기와 소독이다. 항상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주고 사육장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주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오계를 이용한 식품과 약효> 식품으로는 오계 황기탕, 오계 초란이 있으며, 동맥경화, 뇌일혈의 예방, 위하수체나 위가 약한 사람, 간장병 당뇨병 치료, 고혈압,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 노인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계의 약효를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놀램이나 공포, 정신적 충격의 진정, 아기를 출산한 어머니의 보익이나 대하증, 자궁출혈증, 설사나 이질 후 보양제, 중풍(노인병), 부인병, 떨리고 마비가 오는 증상, 신경통 타박상 골절상, 골통에 유효, 간장 신장의 혈분병, 어혈(타박상) 제거, 늑막의 염증 제거, 신기 활성이라 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은, 중풍, 상한 몸이 붓고 아프고 저리며 힘이 빠지고 당기고 뻣뻣할 때,, 태아에 보익, 신장(콩팥)에 효과, 심장 안정, 종기, 산후 허약, 복통, 절골, 유종에 효과, 흑임자와 함께 주독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오계 보호에 관한 노력> 연산 오계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는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의 지리적 특성과 오계를 사랑하며, 평생을 우리나라의 토종을 아끼는 마음으로 지켜오신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연산면 화악리 사람들은 계룡산의 자연조건 중 수질이 오계 사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계룡산에는 백두산의 천지(天地)에 해당하는 지소(池沼)가 두 곳 있다. 각각 암용초, 수용초라 부르는데 하나는 음천(陰川)이고 하나는 양천(陽川)이다. 화악리에는 두 지천의 수맥에서 솟아오르는 샘이 세 곳 있는데, 3년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한다. 화악리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화악리 오계도 계룡산 물인 '해나무골' 샘물을 직접 먹이고 있다.

화악리(花岳里)는 마을 이름이 말해주듯 산(岳)이 사방에 쌓이고 쌓여서 한송이 꽃(花) 모양을 이루고 있다. 뒤로 계룡산이 길게 뻗어있고 앞으로는 천호산(天護山)이 계룡산을 따라 흐르고 있다. 천호산은 하늘이 계룡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산이라고 한다. 화악리에 전주 이씨의 보금자리를 튼 분은 익안대군의 8대손인 화산공(華山公) 오륜(五倫)옹이다. 화산공은 지리에 아주 밝은 분이었는데 당시 조정에서도 부름을 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한다. 화산공께서 약 350년전 화악리를 둘러보시고는 "큰 부자는 안나도 피난고지는 된다"고 하시며 이 곳에 정착하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 바로 앞 마을까지 공산군의 습격을 받았으나 화악리는 무사했다고 하며, 태풍이나 수해 등 자연재해로부터도 자유로웠다. 지금도 화악리 사람들은 "심지어 전염병도 첩첩 '꽃잎(花岳)'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한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사육하기에도 어렵고, 사육하여 판매를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아 크게 수입을 올리지 못한 오계를 대대로 사육하면서 그 명맥을 250여년 가까이 유지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까지에는 화악리의 전주이씨 가문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1800년 중반 철종 임금께 진상(이형음 님), 1800년 후반 고종 임금께 진상(이선제 님)하였으며, 1968년 4월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이계순 님), 1980년 4월 천연기념물 지정(이래진 님), 연산 화악리 오계 책임 지정사육인으로 지정받았다.

<취재 후기> 우리 것이 소중하고 보존해야한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한다. 그러나 오계를 취재하면서 마음 깊이 깨달은 점은 바로 "어려움을 이기며 사명감을 갖고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계속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제6대 오계 지킴이 이승숙님은 조상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려운 환경(사육에 필요한 운영비 등)속에서도 오계를 지켜가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어도 국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대 생활의 공해와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한번 쯤 보익하기 위해 찾아봄직도 하다. : 화악리 오계, 지산농원 041-73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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