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전시회-

▲ 이성 시인

                      시간 속의 풍경
                       
-수채화 전시회-

아지랑이가 피었다
여기저기서 비상하는 꽃잎들
웅성거리는 열기가 턱밑까지 닿을 즈음
통유리 창밖에서
눈들이 바들거리며 곡예를 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뿌연 유리를 뚫을 때마다
산모롱이 초가집 추녀 끝
고드름 녹는 낙숫물 소리 들렸다

 

홀은 솜털에 싸였다
벽에서 줄을 타는 액자들, 바르르 떠는 소리
손끝이 간질간질한 표정들
이국에서 달려온 애틋한 기타의 속삭임이
허공을 휘저으며 헤매는데
창밖에선 부딪칠 듯 휘어지는 활강이 이어지고
툰드라 설원을 달리는 발자국
점점이 유리 위에 찍혔다
연신 자맥질을 하는 눈수제비
별들이 물장구치는 소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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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시인 : 경북대사범대학 졸업/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전문인협회 회원, 대전서구문학 회원/ 전원에서 동인, 한밭 문학아카데미 동인/ 시집 『엘리스 개구리』(2018), 『구름 건지기』(2019)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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