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남은온도 0.5도...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 기후위기/사진=환경운동연합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집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앞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도상승 1.5도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불과 10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10년의 향방을 가르는 각국의 온실가스감축계획은 내년 말이면 나옵니다. 우리에게 1년4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기후위기 앞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학교를 벗어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류와 생태계의 안전망이었던 기후의 붕괴는 결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모두가 나서야 하는 것처럼, 지금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9월, 전 세계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 문제에 맞서 거리로 나올 예정이다. 오는 23일 뉴욕에서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맞아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거나 무대책으로 일관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기후 행동은 생존의 문턱까지 다가온 기후 위기에 눈감고 화석연료에 기댄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정부와 기업에게 기후 정의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에 맞선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각계각층의 개인과 단체가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구성하고, 21일과 27일 전세계 시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한다.

이에 지난 4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취지와 향후 행동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청년, 생협, 과학계, 종교계 등 각 부문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결의와 다짐의 발언을 했고, 이어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요구안과 향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기자회견문 낭독과 대형현수막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에 맞선 비상행동을 시작하기 위해 모였다. 그렇다. 기후위기이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럴까? 정말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폭염과 혹한의 기상이변, 태풍과 산불의 자연재난,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붕괴, 전염병의 확산, 식량부족과 기후난민의 증가. 이 모든 위기는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흔히 쓰던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는 안이한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이다.

생존의 위기이다. 밀어닥치는 재난이 수많은 이들의 삶터를 앗아가고 있다. 바다물이 높아져 나라를 통째로 잃어버리는 섬나라, 멸종되는 동물과 식물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이 땅에서도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논밭 위의 농민들이 폭염으로 쓰러진다. 세계 곳곳의 가뭄과 물부족은, 절반도 안 되는 식량자급률의 한국에 언제든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위기는 불평등하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생존의 위기이고, 정의와 평등의 위기이다.

0.5도 남았다. 지난 100년간 산업문명은 지구의 온도를 1도 상승시켰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이 낳은 온실가스 때문이다. 그 속도는 인류 출현 후 유래가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1.5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말한다. 1.5도를 넘어설 때, 지구의 평형은 다시 회복될 수 없고,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조건이 붕괴한다고 말한다. 이제 남은 온도는 0.5도이다.

고작 10년 남았다. 1.5도를 넘지 않으려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추세대로면 불과 10년 동안 이 한계치를 다 사용하고 만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시간은 10년에 불과하다. 일부 급진주의자들의 주장이 아니다.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유엔 IPCC가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 1년 4개월이 중요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반을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순제로를 달성해야만 1.5도의 한계를 지킬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일지 그 계획을 내년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이면 이 지구와 인류의 운명이 어디로 갈지 사실상 결정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거리로 나서고 있다. 청소년들을 시작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학교파업, 영국의 멸종저항, 독일의 토지의종말 등 기후정의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상황이 급진적이기 때문이다. 국가도 움직이고 있다. 이미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 10여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900여개의 지방정부가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스스로를 멸종위기종이라고 칭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청소년인데도 거리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거리로 나가고 있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마주한 두려움에 남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이들이 낸 용기이다. 이 슬프고도 절박한 호소에 동료시민인 우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위기 앞에 놓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묵은 차갑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 한국은 무책임하고 게으르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계획도 파국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왜 국회와 거대정당, 정부와 언론은 이토록 조용하기만 한가? 기후위기에 대해서 어쩌면 이토록 침묵하고 외면하는 걸까? 2015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서명한 파리협정문, 그리고 2018년 인천에서 채택된 1.5도 특별보고서.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에 내팽개쳐 있는 겁니까?

이제 응답할 때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외침에 응답하고자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단체들이 모였다. 현재의 이윤을 위해 내일의 안전 따위는 무시하는 탄소중독의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을 넘어 함께 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 책임있는 이들이 응답할 때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행동하라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해야 한다. 이제 1.5도를 지키기 위한 시한이 10년 밖에 남지 않았고, 이를 위해 사회 각 부문의 과감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공동의 집이 불타고 있다. 지금은 시급히 불을 꺼야 하는 비상상황이다.

둘째,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초까지 온실가스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길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과 함께 간다.

셋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정부 각 부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정치적 이해득실과 정쟁에 매몰되어,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마련에 무능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개방적이며 독립적인 범국가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는 참된 민주주의에 기반해 비상상황에 걸맞는 계획들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 바란다. 등교거부운동을 시작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2주동안 대서양을 가로질렀다. 힘겨운 항해를 거쳐 뉴욕에 도착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정상을 만나기 위해서다.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청소년을 대신해 그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다. 직접 그들을 만나서 기후위기의 진실을 듣기 바란다.

이제 행동한다. 전 세계의 시민들은 기후정상회담에 맞춰 기후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들도 21일과 27일, 기후위기에 맞선 행동을 실행한다. 이번 행동은 진실을 외면해온 정부와 기업에게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소비와 무한성장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인류의 생존과 생태계의 안녕, 이 공동의 목표를 향한 전 세계 시민들의 다짐과 결의이기도 하다.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곳은, 이 지구라는 행성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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