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감성과 공감능력을 가진 여성 인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연속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리천장이란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높은 진입장벽을 뜻한다.

이처럼 여성에게 높은 진입장벽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 산업군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에서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2016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SW 직종에서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나라가 12.5%으로, 미국(22.9%)이나 영국(19.1%)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ICT 여성 리더, 캐즘을 뛰어넘어라

 

▲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ICT 여성리더, 캐즘(Chasm, 협곡)을 뛰어 넘어라를 주제로 ICT 여성인재육성 정책포럼이 열렸다. ⓒ 송희경 국회의원실/ScienceTimes

이에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과 송희경 국회의원, IT여성기업인협회가 공동으로 ICT 여성 리더, 캐즘(Chasm, 협곡)을 뛰어 넘어라를 주제로 정책 포럼을 열고, ICT 여성 인재 육성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송희경 의원은 “정보를 분석하는 데이터 문해력, 코딩과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리를 배우는 기술적 문해력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직관, 섬세한 감성과 공감능력을 가진 여성 인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ICT 분야 여성인재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가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가 OECD 기준 15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ICT·SW분야 내 여성 인력은 20%에 머물러 있다. 여성 임원의 비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중국의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과는 대조적”이라며 “ICT 여성 인재들이 매순간 마주치는 캐즘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조진형 동양미래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는 여성의 SW 분야 진입에 강력한 동기부여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국내 SW 전공 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중이 미국, 영국과 대등한 수준이지만, 직업 참여 비중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SW 개발 현장 특성상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감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분야이고 코딩 외에도 UI/UX Design, Testing/감리, 시스템설계/기획/Publishing 등 여성에게 적합한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을 어필하여 여성 인재들의 SW 전공 선택과 직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SW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는 직종전환 또는 경력단절 등으로 인해 중도 이탈이 높은 것도 문제다.

때문에 조 교수는 “취업 기회를 찾고 있는 경력 단절 SW 전공 여성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꼭 필요한 인적 자원”이라며 “SW개발자 재택근무 확대, 출퇴근 시차제, 탄력 근무제의 확대 정책이 더욱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ICT 분야 여학생들의 SW 교육 강화해야

 

▲ 이날 포럼에서는 IT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여고생들의 SW 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 송희경 국회의원실/ScienceTimes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SW 교육을 받은 여학생이 컴퓨터 사고 등 다양한 문제 해결 영역에서 남학생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김인희 인자람SW교육 대표는 “세계적인 코딩 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인식 부족으로 여학생이 코딩 등 ICT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할만한 토대가 마련돼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인식개선 등으로 여학생들의 SW교육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은희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실장도 “소프트웨어 공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정규 교과과정뿐 아니라 민간과 대학에서도 여성이 AI와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 등 ICT 영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ICT 유망 기술 분야의 스킬업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에 대해 여성들이 친화적이지 않고, 소수의 숫자만이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박현 스마트구루 부사장은 “ICT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학생들 중 28%가 여성이고 72%가 남성”이라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코딩과 프로그래밍이 자신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STEM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때 STEM 분야에 240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학에서 인기 없는 과목을 폐지하면서 STEM 과목을 확대해 나가 2018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미국 내 STEM 분야 일자리가 3~4배 증가했다”며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STEM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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