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서 성범죄 피해방지 방안 모색

ICT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가 날로 지능화되면서 그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가상공간에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피해 확산성이 대단히 클 뿐 아니라 피해자가 현실이나 가상공간에서 경험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한번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찾아내서 삭제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범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계속 복제, 유포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성가족부, 경찰청과 함께 ICT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일 열린 'R&D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환영사를 전했다.

▲ 지난 20일 열린 ‘R&D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환영사를 전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지난 20일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R&D(연구개발)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기술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 시스템 개발

먼저 경찰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몰래카메라 범죄 지역을 정리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서비스를 탑재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지오프로스 (GeoPros)’와 그것을 토대로 범죄 위험도를 시각화한 안심맵을 소개했다.

이날 ‘유동인구 기반 지하철역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 개발과 관련해 경찰청 프로파일러 임흠규 경장은 “지하철 내 불법 촬영물의 90%가 스마트폰에 의해 이뤄지고 최근에는 생활용품을 위장한 초소형 디지털 녹화기까지 보급되고 있어 단속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지오프로스 사업을 시작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임흠규 경장이 ‘유동인구 기반 지하철역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먼저 경찰청의 비정형 범죄 데이터에 대한 텍스트 마이닝(Text Minning)과 유동인구 결합을 통해 데이터 마트를 구축하는 빅데이터 수집‧설계 단계, 탐색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 데이터와 유동인구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도출된 분석 시나리오 기반의 분석 모델링 단계를 거쳐 수도권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를 시각화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20대 여성이 많은 역에서 불법 촬영 발생 가능성이 높았고, 시간대별 혼잡도가 범죄 발생에 영향을 주었으며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 및 오피스 지역에서 범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또 지하철 노선별 발생률에도 차이를 보였다.

이를 토대로 월별, 요일별, 시간대별, 지하철 노선별, 역별, 출구별 위험도를 총 5단계로 구분하여 표시한 지오프로스를 구축했다.

임 경장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서비스가 탑재된 지오프로스 시스템에는 위험도에 근거한 순찰 지역 추천하기 기능이 있어서 경찰청 치안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지하철 경찰대의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들이 직접 모든 수도권 지하철역의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를 조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맵(www.ansimmap.co.kr)도 구축했다. 임 경장은 “안심맵 모바일 버전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TRI, 유해 미디어 검출 시스템 기술 개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건강한 미디어 소비환경 제공 기술 : IoM(Internet of Media) 기반 트러스트 미디어 생성‧제어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이는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신뢰 기반의 미디어 지식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미디어의 지능적 연결‧공유의 신뢰를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 ▲ 지난 20일 열린 ‘R&D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컨퍼런스’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환영사를 전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이남경 책임연구원이 '건강한 미디어 소비환경 제공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지 영상과 오디오 유해성 검출 기술이다. AI 검출 엔진을 통해 선정적 요소가 포함된 정지 영상과 비음란 정지 영상들을 각각 유해 콘텐츠와 무해 콘텐츠로 구분해내고, 선정적 표현이 담긴 오디오 클립과 비음란물의 정상적 표현이 담긴 오디오 클립을 각각 유해 콘텐츠와 무해 콘텐츠로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다.이남경 ETRI 책임연구원은 “개인 방송의 스트리밍 유통 증가와 해외 음란물 사이트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뀌는 등 모바일 콘텐츠 유통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유해 콘텐츠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며 “방송, SNS, 뉴스, 음악, 광고, 사용자 콘텐츠 등 여러 미디어로부터 유해 콘텐츠를 분석, 필터링해 건전한 미디어 소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검출 엔진 테스트 결과 현재 정지 영상은 98%, 오디오는 거의 100%의 유해성 검출 정확도를 보였다”며 “이를 토대로 만든 유해 미디어 검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의 유해성을 판단하고 그 결과를 서비스 플랫폼에 통보하여 관제 조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해영상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토론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 중요성과 다양한 기술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디지털 성범죄 방지 위한 R&D와 아이디어 모아

이밖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아이디어·R&D 기획 공모전’을 통해 모아진 ICT기술들도 소개됐다. 공모전 R&D 과제기획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MC.OUT팀(전자부품연구원)은 성범죄 동영상을 고속으로 검색하기 위해 압축된 동영상의 완전 복호화 없이 축약된 시청각 Fingerprint 정보를 이용하는 자동 검색기술을 개발했다.

아이디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민지 학생(건국대)은 ‘변형카메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시민 공동 대응 플랫폼’을 제안했다. 이는 와이파이 기능과 적외선 탐지 기능을 통해 변형 카메라를 탐지하고, AI기반 챗봇 신고와 이용자 커뮤니티, 정부 정보공개 포털을 통해 정부와 시민이 공동으로 변형카메라를 단속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다.

또 장연우 씨(세인트폴 서울)는 ‘인공지능 기술과 신체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성범죄 피해방지센터용 신고 시스템’ 아이디어를 냈다. 장 씨는 “자신의 불법 촬영물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삭제하기 원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디지털 범죄 영상물을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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