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고효율 컴퓨팅 설계에 도움

얼마 전 꿀벌이 영(0)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같은 연구팀이 이번에는 꿀벌이 기호를 숫자와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주-프랑스 협동연구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꿀벌들에게 어떤 부호를 특정한 양과 연결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부호가 수치적인 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꿀벌들이 학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수리적 능력이 수천 년 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한편, 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도 열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고도로 효율적인 방식을 모방함으로써 생체에서 영감을 얻은(bio-inspired) 새로운 컴퓨터 개발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대(RMIT University)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생물학 관련 저널인 ‘영국 왕립학회 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실렸다.

▲ 꿀벌의 뇌는 기호를 숫자와 연결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꿀벌도 개념을 파악할 줄 아는 것으로 확인됐다. ⓒRMIT University사이언스타임즈

“꿀벌도 개념 파악 가능”

연구를 수행한 애드리언 다이어(Adrian Dyer) 부교수는 인간은 늘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같이 수를 나타내는 시스템을 개발한 유일한 종인 반면, 개념은 인간보다 훨씬 작은 두뇌를 가진 종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린 시절 숫자를 배운 이래, 수 계산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한 예로 ‘4’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인식하는 데는 정교한 수준의 인지능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들에서는 영장류와 새들이 기호를 숫자와 연결할 줄 아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이어 교수에 따르면 이런 능력을 곤충에서 발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간은 두뇌에 86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고 벌의 뉴런은 100만 개가 채 안 되는데, 두 종은 6억 년 전 분리돼 진화 과정을 거쳤다”라며, “만약 벌들이 인간이 만든 상징 언어와 같은 복잡한 것을 배울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앞으로 종들 간의 소통을 위한 흥미로운 새 경로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작은 뇌에서 최대의 잠재력 이끌어내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비둘기와 앵무새, 침팬지와 원숭이 등 인간 이외의 많은 동물들이 기호가 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펼친 몇 가지 재주들은 인상적이다. 침팬지들은 아라비아 숫자를 배워 이 숫자들을 순서대로 정렬할 수 있었고, 알렉스(Alex)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숫자의 이름을 배워서 알뿐 아니라 합산을 할 줄도 알았다.

▲ 꿀벌을 훈련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한 실험 환경 세부 모습. ⓒ RMIT University/사이언스타임즈

그런데 이번의 새 연구는 이런 복잡한 인지능력이 비단 척추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해 주었다.

꿀벌에 대한 실험은 로열 멜버른 공대 ‘생체 영감 디지털 감지 연구실’(BIDS-Lab) 연구원으로 있다, 현재는 프랑스 국립과학센터 툴루즈3대학 동물인지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스칼렛 하워드(Scarlett Howard) 박사가 수행했다.

수 처리와 기호 이해 분리된 뇌 영역에서 일어나

하워드 박사팀은 꿀벌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눠 첫째 그룹은 Y자 형태의 미로에서 각 꿀벌들이 기호를 요소의 개수와 올바로 매치시키도록 훈련시켰다. 그런 다음 꿀벌들이 이 새로운 지식을 응용해 같은 양의 다양한 요소들과 기호를 매치시키는지를 테스트했다. 예를 들면 ‘2’는 두 개의 바나나, 두 개의 나무, 모자 두 개 등을 나타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두 번째 그룹은 반대로 요소의 수를 기호와 매치시키도록 훈련시켰다.

두 그룹 모두 자신들이 받은 특정 훈련을 소화한 반면, 다른 그룹들은 기호와 요소 개수의 연관관계를 뒤집을 수 없었고, ‘기호-대-수’ 혹은 ‘수-대- 기호’같이 반대로 테스트했을 때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 꿀벌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한 Y자형 미로. ⓒ RMIT University/사이언스타임즈

하워드 박사는 이 실험 결과가 “수 처리와 기호에 대한 이해가 인간의 두뇌에서 분리된 과정으로 일어나는 것과 같이, 꿀벌의 뇌에서도 다른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꿀벌들이, 기호를 숫자처럼 배워서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던 다른 동물들과 같은 수준에 있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자연의 우아하고 효율적인 해결책 배워야”

하워드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우리가 학습과 과제 역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뇌가 개념들 사이의 연결과 연관성을 어떻게 창출하는지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복잡한 수리적 기술이 꿀벌의 작은 두뇌로 어떻게 파악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수학과 문화적 사고가 인간과 다른 동물들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다이어 교수는 “곤충의 뇌를 연구하면 미래의 고효율 컴퓨팅 시스템 설계에 매우 흥미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때 자연은 이미 훨씬 더 우아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 냈다는 사실을 자주 발견한다”며, “꿀벌의 작은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 처리시스템보다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드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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