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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만 묻겠습니다
원용철 목사  |  bethelhouse5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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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4  06: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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벧엘의집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거리노숙인, 쪽방주민, 병든 사람 등 대전역 인근 가난한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세월이 21년 차를 맞이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이제 벧엘의집도 제법 나름대로 틀을 갖추어 남성노숙인시설 울안공동체, 쪽방주민을 돕는 쪽방상담소, 무료진료소인 희망진료센터 등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여 소임을 다하고 있다.

초창기 하나님의 기적이 아니면 하루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열심히 맡겨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지난 주 센터 업무회의를 주관하면서 세 기관이 인력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살림살이도 잘 돌아가고 있으니 감사하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초창기 벧엘의집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과거를 회상하면서 벧엘의집 초창기를 오병이어 기적의 시기라고 말하곤 한다.

처음 대전역 광장에 컵라면 급식을 시작했을 때, 라면이 떨어지면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까마귀를 통해 먹이시듯 내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라면 급식이 끊어지지 않도록 채워주셨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게 하셨다. 그렇게 벧엘의 초창기는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셔서 당신의 방법으로 일하셨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그때를 첫 번째 오병이어 기적의 시기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하는 과정도 기적과도 같았다. 무엇하나 준비된 것이 없었던 시절, 여기저기 흩어진 공간을 모아야 했고, 울안공동체가 너무 비좁아 좀 더 큰 공간이 필요했을 때, 하나님은 다시 내 방법이 아닌 당신의 방법으로 두 번째 기적을 일으키셨다. 그래서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하던 때를 나는 두 번째 오병이어 기적의 때라고 말하곤 한다. 사실 그때 공간 이전 프로젝트명이 ‘다시 한번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도하며’ 이기도 했었다. 정말 방법이 없을 때 하나님은 신기한 방법으로 길을 열어가셨고 기적을 체험하게 하셨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벧엘의집 20년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기적이 없이는 지금은 없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지나온 과거를 더듬어 보면 내가 일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일하셨다. 그런데도 요즘 마음이 몹시 심란하다. 그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어찌 보면 벧엘의집이 출발하면서 태생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공간문제다.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두 번째 오병이어 기적이었지만 매달 월세를 400만원씩 지출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언제 어떻게 될지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이기에 할 수만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매입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벧엘의집이 부담 가능한 수준의 건물을 매입해 보려고 백방으로 찾아보기도 했었다. 위치나 건물 크기가 적당하면 가격이 안 맞고, 가격이 적당하면 옛날 건물이어서 여러 가지 행정적인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적당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은 민원 발생 소지가 있어 포기하기도 했다.

벧엘의집이 이전할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은 가격이다. 벧엘의집 현재 수준에서 부담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건물도 부담능력 밖의 것이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리고 위치도 중요하다. 벧엘의집 특성상 대전역 인근을 벗어날 수 없다. 사실 벧엘의집이 이전할 곳으로 동구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면 어쩌면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쪽방상담소나 희망진료센터는 노숙인과 쪽방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대전역 인근을 벗어나면 그분들이 찾아오는 것이 어렵기에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민원 발생 문제이다. 노숙인시설을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기 지역으로 벧엘의집이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그러니 민원 발생 소지가 적은 상가 지역이나 주택이 많지 않은 지역의 건물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벧엘의집이 담당 구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건물 용도가 사회복지시설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건물이어야 한다. 상가건물의 경우 대부분이 법정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어서 노유자시설로 몇 단계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장애인 편의시설과 소방설비이다. 소방설비는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설치가 가능하지만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는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격, 위치, 민원 발생 소지 등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행정적인 조건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쯤 되니 대전역 인근을 지날 때면 습관적으로 건물의 크기, 구조, 민원 발생 가능성 등을 점치면서 저 건물이면 좋겠는데 돈이 없네,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렇게 공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니 늘 마음은 무겁고 심란하여 평정심을 잃고 조급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곤 한다. 그런데 지난주 월요일 갑자기 지금까지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벧엘을 이끌어 오신 분이 하나님이신데 왜 평정심을 잃고 좌고우면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믿음 없는 모습에 대한 한없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책상 맞은편 벽에다 ‘하나님께만 묻겠습니다. 벧엘의집 공간을 어디에 준비하셨는지를...’이란 글을 붙여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쳐다보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벧엘의집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오병이어 기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이끌어 가실 것이 분명 하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티베트 속담에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이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란 말처럼 내가 왜 평정심을 잃고 조급해 해야 하는가? 첫 번째, 두 번째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벧엘을 이끌어 오신 하나님, 당신께만 묻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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