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영 시인-

▲ 오세영 시인

          잃어버린 나

버선에 대님
흰 옥양목 두루마기에 옷고름을 매니
사뭇 조선사람 같구나
마루에서 차례를 지내다 문득
마당가 양지바른 돌담밑 잔설殘雪에
시드는 파초를 본다.
남의 땅에서 들여온 화초라지만
조선파나 죽순이나 난초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껍질을 벗기면 속은 모두 텅비어 있느니
겉에 파초의 옷을 입혀 파초
죽순의 옷을 입혀 죽순
난초의 옷을 입혀 난초일뿐
내 오늘 설날이라 양복을 벗어던지고
한복을 입으며
문득 잃어버린 '나'를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너무
잘못 살아온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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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시인 : 1968년 『현대문학』 등단(박목월시인 추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서울대학교 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은관문화훈장.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공초문학상, 김삿갓문학상, 목월문학상, 만해대상 문학상, 한국예술상, 현대불교문학상, 김준오시학상, 김달진문학상, 고산문학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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