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인-

▲ 이건청 시인

          움직이는 산 

객사에 누워 뒤척이는 새벽,
벌레들이 운다.
벌레들이 푸른 울음판을 두드려
울려내는 청명한 소리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반야봉* 하나를 뒤덮고,
마침내 그 봉우리 하나를 통째로 떠메고
조금씩 떠가는 게 보인다.
새벽이 깊을수록 더 깊어진 울음의 강이
산을 싣고 유유히 흐르는 게 보인다.
아래쪽 산자락을 잘팍잘팍 적시면서
벌레 소리에 떠가는 산,
골짜기의 절간까지, 싸리나무 일주문까지
벌레들이 그 울음소리로 떠메고
남해 바다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반야봉: 지리산 봉우리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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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 :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한양대학교 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녹원문학상,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산문학대상(시),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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