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봉 시인-

▲ 배한봉 시인

             우포늪 왁새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서리꾼이었다. 신명난 한 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의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울음 되어 우황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 동안 그가 찾아 헤매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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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봉 시인 :1998년『현대시』등단/ 2015년, 2017년 올해의 좋은 시/ 2016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경남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시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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