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 시점이면 늘 새로운 기대감을 갖는다. 해 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지난 해에 아쉬움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8년, 1월에는 황금 개의 해니 어쩌니 해서 개 띠 해의 좋은 점을 찾아 좋은 일이 있으려니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사상 유래 없는 더위에 기력이 소진했고,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경제 상황에 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제 다시 새해를 맞았다. 역학에서는 기해(己亥)년을 기(己)와 해(亥)가 모두 황(黃)에 해당하여 진짜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한다. 또한 돼지는 다산과 다복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어 동전을 모으는 저금통은 돼지모양이다. 시장의 정육점을 대표하는 육류이기에 삼겹살은 야외에서 구워먹는 첫 번째 음식이 됐다. 생활에서 친근한 가축이기에 고사를 지낼 때는 돼지 머리가 빠지지 않고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을 사기도 한다. 그러면서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제주 흑돼지는 천연기념물 5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말로 올해는 의식주 걱정 없는 다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모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에서 태평양의 섬에 서는 부족들은 돼지를 부(富)의 상징으로, 거래시 화폐 대신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만큼 동서양을 통해 돼지는 사람에게 친근하고 필요한 동물이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는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금기하는 식품으로 여기고 있다니 올해 돼지해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굼하기도 하다. 19세기의 영국의 경제 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한 "살찐 돼지가 되는 것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말은 동물 중에 지능이 비교적 높다는 돼지에게 미안한 말 같기도 하다.

우리 말에는 돼지를 암수와 털 색깔을 구분하는 정도로 나누는데, 한자어를 보니 너무 다양한 돼지가 나온다. 시(豕), 돈(豚)으로 대표되는 한자의 돼지는 파(豝 : 두 살 된 돼지), 견(豣 : 큰 돼지), 혜(豯 : 석 달 된 돼지), 희(豨 : 큰 돼지, 멧돼지), 저(豬 : 새끼 돼지), 환(豲 : 멧돼지), 종(䝋: 어린 돼지, 여섯 달 된 돼지), 유(甤 : 돼지가 새끼 많이 낳은), 분(豶 : 거세된 돼지), 해(亥 : 돼지), 해(豥 : 네 발굽 흰 돼지) 등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다. 아마 쓰임새에 따라 구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사육이 쉽고, 번식력이 좋아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사육하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를 보면 지나간 돼지해에는 출산율이 증가했다 한다. 특히 올 3월 초등학교 6학년이 학생들이 많아 학교에서 6학년 담임 기피 현상도 생긴다고 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돼지해를 맞이하여 웨딩 업계도 기대를 걸면서 새로운 상품을 내 놓고, 신생아 용품 업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동량으로 잘 자랐으면 좋겠다. 한국은행은 새해 기념으로 황금 돼지 골드바를 출시했다고 한다. 그 외도 일상 용품에 돼지 그림을 넣은 제품을 내 놓고자 유통 업계가 바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양돈 업계가 활기를 띠고 움직인다니 반갑다. 해마다 찾아오는 구제역 같은 불청객은 올해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전국에 있는 돼지 박물관들도 새 단장을 하고 관람객을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니 황금돼지해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되짚어 생각할 것이 있다. 황금 돼지해라 하며 복 받기를 바라는데 과연 복이 무엇일까? 흔히 동양에서는 오복이라 한다. 서경(書經)에는 장수(長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꼽았다. 건강한 삶과 정당하게 재물을 모으는 것과 베품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정말 건강하고 삶에 있어 걱정이 없고, 나눔과 베품이 풍성한 삶이 됐으면 좋겠다.

노자(老子)도 지족지족 상족의(知足之足 常足矣)라 하여 만족한 줄 아는데서 얻는 족함이 영원한 족함이라고 했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성실한 삶속에 얻는 복이리라. 지난 해 우리는 있음으로 군림하는 갑질에 대해 분노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법질서를 농락함에 우리 사회에 정의가 있는가라는 회의감에 젖기도 했다. 크고 작은 안전 사고로 불안해 했다. 집단 폭행에 죽음을 선택한 어린 넋에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그런 오염물들이 없는 정말 복된 날들이 됐으면 좋겠다. 남북이 평화를 정착하고, 젊은이들의 취업이 잘 되며, 인재(人災)가 없이 생활에 안전이 보장되고, 물가가 안정되어 서민들이 웃으면 살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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