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자 시인-

▲ 김광자 시인

                 바느질 戀歌

가을 야밤 바느질을 한다
달빛 줄을 바늘귀에 꿰어
갈바람 가위질로 떨어진
참오동 낙엽 모아 꿰매노라면
목 놓아 부르는 풀벌레 제 이름들

날샐녘 되도록 처녀바디*잎사귀에
맺힌 이슬
한 방울 한 방울 떠다 귀를 뚫어
바늘땀 뜨면
가을로 밀물져 오고 가는
그리운 것들의 행진하는 소리
바늘귀에 아득한 이명(耳鳴)이다
가을 야밤 바느질이란
꿰매지지 않는 상처도 기쁨도 아닌
공허한 심심풀이
마냥 그리움만 재이는 허공으로
은하강을 훑는 상앗대*소리 들리는
바늘귀 따라
가을 바람땀을 뜬다
 

 

*처녀바디: 산야에서 자라는 다년초
*상앗대: 배를 물가에서 떼거나 물가로 댈 때 쓰는 긴 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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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자 시인 :1992년 『월간문학』등단/ 부산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해운대낭송문학회장/ 부산시인협회 부회장/ 정과정문학상, 한국바다문학상, 부산시 문화상, 부산시인협회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윤동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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