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시인-

▲ 김도연 시인

            내 가문 손의 삽화(揷畵)

내가 지금 저문 들녘을 바라보며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
하물며 당신이라면, 하는 기대마저도 기다리는 일
그것이 나의 방심(放心)
당신의 배후에서 일렁이는 노을빛을 관찰하는 일조차도 기꺼워하며
나의 눈빛은 복숭아나무에 닿는다
복숭아나무의 최선은 도달할 수 없는 거리(距離)에 열매를 맺는 일
천도와 천도 사이에서 온 그 영롱한 빛을
내 가문 손으로 영접하는 일이란
당신이라는 머나먼 슬픔에 밑줄을 긋는 것
그것이 나의 방심(放心)
내 가문 손의 마지막 삽화(揷畵)는
서산에 남아 있는 일말의 온기를 보듬는 일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침잠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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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시인 : 충남 연기 출생. 2012년 『시사사』등단 / 시집 : 『엄마를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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