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시인-

          김성규 시인

         소나기 

할머니는 시집와서 아무도 모르는 산 너머에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는 자라 하늘까지 닿았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짐승은 죄를 지어 일만 한다 하지만
소가 일하지 않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밭고랑에서 김을 매던 할머니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간다 하니
하늘 어딘가에도 마당이 있을 것이다

그 마당에서 아홉 잔의 술과
아홉개의 떡을 먹으며 노래 부르면
호미는 말잔등으로 변해 달리고
타령조로 울다 웃고
목이 쉬면 까마귀를 달여 먹고
지상에서 추지 못한 춤을 출 것이다

 

산 너머에서부터 바람이 우는 소리
가죽나무가 팔을 허우적대며
흘러가는 공기를 입안에 우겨넣는다
고깃덩이가 제사상에서 냄새를 피우는 날

이르지 못한 간절함이 인간의 들판에 비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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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시인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제32회 신동엽문학상/ 제4회 김구용문학상/ [작품집]『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비시선).『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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