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일 시인-

▲ 손해일 시인

        흐르면서 머물면서 

아래로 더 아래로
낮은 음자리표가 흘러간다
누가 부질없다 하리
만상이 흐르는 융융한 일렁임을

여울목에 좌초된 혼
더러는 거품으로 스러지고
더러는 앙금으로 가라앉고
더러는 수렁 속에 썩고 썩지만
무심한 버릇으로 흐르다 보면
머무는 것 또한
어려운 일

빛나는 아침의 출정에도
빈손뿐인 귀로
나 아닌 나를 만난다
수없는 자맥질에
우리의 물배는 얼마나 부르고
맨살은 얼마나 부르텄는가
잠시 눈 감으면

 

잊혀질 것들을 위하여
우린 또 얼마나 흘러가야 하는가
하릴없는 뗏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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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일 시인 :1978년 『시문학』 등단/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 제4회 홍익문학상, 제23회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자랑스러운 상록인대상/서울대 대학문학상, 소월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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