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복지라는 말이 보편화된 시대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31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③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법 규정이 근래에 들어와 점차 시행되고 있어 복지 혜택이 늘고 있다.

노령 수당이라 하여 65세 이상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 형태의 수당, 수입이 없는(있어도 미미한)가정의 생활보호대상자의 지원, 학교 무상 급식, 어려운 가정의 의료비 지원 등 어느 사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복지제도이다.

내년부터는 중·고교 입학생들에게 교복도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각 지방 교육청에서 발표하고 있다. 참 좋은 일이다. 또한 모 교육청은 시골 학생들의 등교 편의를 위해 통학비 지원, 야간 자습을 위한 저녁 제공도 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 된 대로 균등하게 교육을 받도록 뒷받침 하는 일이다. 이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 갈 차세대에게 먹이고, 입히고 잘 가르치는 일은 어쩌면 공업단지를 개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시행과정에 약간의 오차도 있겠지만 어쨌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시행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 시행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사전에 방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모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급식실을 둘러 보았다. 얼핏 보아도 웬만한 식당의 음식과 견주어 손색없는 좋은 음식들이었다. 그런데 잔반통을 보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그날 제공된 닭다리 튀김, 소세지 부침 등 반찬과 먹지 않고 쏟아 부은 밥과 국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쌓아 놓은 식반에는 밥풀이 더덕더덕 붙어 있고, 수저와 젓가락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다.

한 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아니, 학생들이 왜 이렇게 밥을 먹지 않고 쏟을까?” 학생은 뜻밖의 답을 했다. “공짜 밥이라 엄마가 먹고 남으면 버리라고 했어요”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냥 버려도 되는 것이다. 물론 학교 선생님들은 먹을 만큼 받고 다 먹으라고 가르친다. 부족한 학생도 있어 여분의 밥과 반찬을 준비하여 더 먹게도 한다. 문제는 공짜라는 생각으로 먹는 음식을 가볍게 여기는 그 생각이 문제이다. 얼마 전 동네 노인들이 하는 말을 무심코 들은적이 있다. “자네 노령 수당 나보다 몇 만원 더 받으니 술 한 잔 사”. 있을 수 있는 말이지만 곱씹어 보니 공돈으로 생각하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몇 만원도 큰돈이고 끼니를 이어가는 삶의 밑천이기도 하지만.

어쩌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군인들의 식사 모습이 나온다. 옛날 필자도 그랬던 것처럼 군인들은 식사 전 “감사히 먹겠습니다”하고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는다. 군인들처럼 학생들이 엄숙한 질서 속에 밥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먹는 음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닐까? 식습관은 어려서 길들여져야 한다. 군인들이 먹는 밥을 무상급식이라고 하지 않으며 군복은 군인의 품격을 세우기 위해 지급한다. 국토 방위라는 임무 때문에 지급하는 것이다. 그처럼 배우는 일을 하는 학생들이기에 잘 배우라고 지급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면 어떨까?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고충 중 하나가 젓가락 사용 지도이다. 한 학급에서 2~30% 정도가 젓가락 사용을 잘 못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가정에서 음식의 고마움, 농·어부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 젓가락 사용법 등 바른 식습관을 취학 전에 해야 한다. ‘공짜니까 버려도 된다’라고 가르쳐 학교에 보낸다면 그 아이들이 과연 국가가 해 주는 복지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걱정이 된다. 차제에 무상급식이 아닌 교육급식, 교복지원이 학생으로서의 품격을 갖추라고 지급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지만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당연한 것은 공짜니까 막 해도 된다는 가치의 차이가 낳는 결과는 결국 국가의 손해이며 개인의 손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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