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안나 시인-

▲ 고안나 시인

            자전거

탱탱한 힘줄 놓아버린 채
엄살이라도 부린다면
한 며칠 해방될 수 있을까
네 발 가지고 갈 수 없는
이 골목 저 골목
길이와 넓이를 꿰고 있다

고산자가 미처 그려 놓지 못한 길은
날마다 허물어지고 세워지고
골목은 스스로 문을 닫고, 다시
열리고 싶어서 안달이고
입이 없는 나는
두 바퀴로 저항하고

쉬고 있는 것은 죽음의 선상
무게를 싣고 중심 잡아야 한다며
오토바이 한 대 포탄처럼 날아간다
가끔씩 멈추고 싶은 길 위에서
죽을 힘 다해 굴렀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과
남아 있는 당신의 시간이 궁금할 뿐
변한 것 아무것도 없는
나는, 가끔씩 파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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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안나 시인 :시인. 시낭송가/ 한국오페라교육문화진흥원 추진위원/ 국제에이즈 연맹 한국 홍보이사/ 한국시낭송가 협회 전문시낭송가/ 시집 ‘양파의 눈물’, 시낭송집 ‘추억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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