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백년관에 위치한 교무처장실 문에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었다. 일본어통번역학과(이하 일통과)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이다. 이날 일통과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학사제도 변경 통보에 항의하고자 침묵시위를 진행했고, 일본어통번역 전공생과 이중전공생 143명의 서명이 적힌 서류를 교무처와 학사종합지원센터에 전달했다.

항의의 원인이 된 학사제도는 분반 개설 제도이다. 분반 개설 제도는 특정 강좌의 수강 정원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추가로 반을 개설하는 제도로, 현재 학교 규정에는 “수강정원 140% 이상일 때 분반”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수강정원’의 기준이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아 지난 1학기까지는 해당 기준을 한 강좌의 ‘한 반 학생 수’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2학기 개강 후 글로벌캠퍼스 교무처는 ‘수강정원 140%의 기준은 강좌 전체 학생 수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제도를 바꿨다. 분반 개설 기준의 변경과 관련해 일본어통번역학과 학생회는 교무처장, 학생처장, 학사종합지원센터장 등과 지난 10월 1일 면담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글로벌캠퍼스 전종섭 교무처장이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보다 원칙적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분반 개설 기준을 바꾼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또한 “각 반마다 학생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학생들도 경쟁을 위해 더 열심히 수업을 듣게 되고, 학교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무처의 해석과 학사종합지원센터의 규정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만 피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글로벌캠퍼스 교무처는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학생대표들, 그리고 캠퍼스 보직 교수들이 함께 자리를 만들어 분반 문제를 비롯한 학사 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동현 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만 했지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실제 논의가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일통과의 항의방문은 비단 통번역대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사제도와 관련해 학교가 일방적인 통보를 계속한다면, 양 캠퍼스의 모든 학과 역시 언제든 이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무처가 학생들과 논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논의에서 다뤄질 안건과 날짜를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해 진행하지 않는다면 학교의 학사제도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빠른 시일내 학생대표들과 처장단이 자리를 마련해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 합의를 토대로 학사행정을 운영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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