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욱 시인-

▲ 박병욱 시인

            기차는 오질 않았다

목적지도 잊은 채 간이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슬픔이 말라붙어 감당하지 못할 무게에 휘청이며

지난밤 꽃은 죽어갔습니다
구천을 오돌오돌 떠돌며 맴돌고 있는 그 꽃의 영정 앞에
비천한 삶 남루한 껍질 하나하나 벋는 것이라며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며
영과 본성은 살아 숨 쉬고 있다며

산사 추녀 끝 풍경소리 같은 뜬금없는 소리만
채 마르지 않은 이내 밀물에 쓸려갈 모래알 같은 소리만
내뱉는 가해자의 머리 위로
꽃향기 씻은 빗물만 내리고 있었습니다

 

영혼에 피 한 방울 묻어나지 않는 고뇌로
질곡의 삶 진실하나 담지 못할 부끄러운 상념들
바람 털듯 탈 탈 떨어내고
이젠 그 꿈에서 빨리 깨고 싶었지만
그 이후로도 기차는 오질 않습니다

낮달이 이리 뜨거운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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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시인 : 현대 중공업그룹 근무/열린 동해 문학 등단/인향문단 편집위원 및 동인지 다수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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