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탐방 1-

가을 하늘 빛이 눈부신 11월 첫 주말 오후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리의 ‘어린왕자문학관’을 찾았다. 643번 지방도로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전북 완주 화산면으로 가는 길의 원앙로111번길 42 번지에 위치해 있다.

                                                                                         박재학 관장과 어린왕자문학관

죄우에 가을 빛으로 물든 산들이 포근하게 감싸고 그 사이로 옥녀봉이 우뚝 솟아 내려다보이는 곳에 철제 콘테이너식의 붉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초록색 철망의 담장에 시인들의 시가 가득 채워진 모습이 문학관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서 한 편, 한 편 시를 읽다보니 박재학관장이 나와서 맞이한다.

 

먼저 들어선 곳은 작은 서재, 책들과 탁자, 그리고 다녀간 문인과 지인들의 Empathy, 컵과 부채에 감동의 글귀가 가득하다. “여기 들린 분들의 흔적입니다. 소중한 물건들이고, 이것들을 볼 때마다 다녀간 분들의 모습을 떠 올려 봅니다.” 소개하며 말하는 한 마디 한마디가 시의 한 행과 같다.

 

이어 본관 건물에 들어섰다. 와! 깨끗한 유리 상자 속에 보이는 책들은 모두가 생떽쥐베리의“어린왕자”이다. 자세히 보니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그리고 우리 한글 제목의 ‘어린왕자’들. 거의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출판 된 “어린왕자”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모았을까? “생떽쥐베리는 비행사이면서 소설가잖아요. 그리고 ‘어린왕자’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졌고”, 그런 어린 왕자를 만난 순수한 마음을 기억하는 생떽쥐베리를 기억하며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꿈을 되새겨 보는 기회를 주고자 수집하고 ‘어린왕자’문학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한다.

 

전시실 한쪽에 영어, 불어, 한국어의 초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박관장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어린왕자’라고 한다. 책을 수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책 있는 곳을 알면 달려가서 구입하면 되는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내의 꾸지람이었다고 한다. 월급날 콩나물 한주먹, 고기 한 근 사들고 오지 못하면서 책만 사온다는 꾸중(?)을 들으며 한 권 한권 모았다고 하며 미소를 짓는다. 시인다운 답변이다. ㄴ자형 전시실의 모퉁이를 돌아서니 한 쪽 벽면이 어린왕자 전문으로 채워져 있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삽화가 순서대로 전시되고 아래는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사이에 ‘어린왕자’ 전문을 게시하여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린왕자’ 전편을 읽게 된다.

 

박재학 관장은 어렵게 모은 책들을 전시하고 문학관을 만들고자 2016년 현재의 위치에 사비를 들여 문학관을 개관했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무엇인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아름답고 순수한 꿈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그 모델이 ‘어린왕자’였다.

이제는 많이 알려져 문인들이 찾아오고 그들과 밤새는 줄 모르고 문학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나호열 시인(전 경기대 교수), 권선옥 시인(눈산문화원장), 이재인 소설가(전 경기대 교수)등 한국 문단의 작가들은 물론 대전·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지역의 작가들도 자주 방문한다고 전한다. 또한 매년 몇 차례씩 저자 초청강연, 시노래, 시낭송회를 열고 있고 앞으로 논산문화원과 연결하여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린왕자문학관의 뒷산인 옥녀봉을 오르는 길을 ‘어린왕자 산책로’로 조성하여 문학이 단순하게 책상에 앉아 글 쓰는 것이 아닌, 자연과 동화 되고 자연 속에서 우러나는 글을 쓰도록 하는 어린이 글 쓰기 캠프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643번 도로와 원앙로 길을 ‘어린왕자 길“로 지정하고 조형물을 조성하여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꿈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며 이런 일은 개인보다는 논산시청 등의 행정적 지원이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박관장은 “‘어린왕자 길’을 조성하면 논산시가 문학기행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논산시의 여러 서원들(돈암서원, 노강서원, 죽립서원, 충곡서원, 조장서원, 효정서원 등)과 윤씨 종학당, 백제군사박물관과 사찰(관촉사, 쌍계사, 개태사, 반야사 등) 들과 어린왕자문학관을 잇는 문학기행로를 조성하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멋진 문학의 길이 될 것이라며 요즘은 그 동선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박재학 관장은 시대읽기작가회장으로 활동을 하며 『이제 그대가 그리워 할 차례입니다』(열린시학시인선), 『길 때문에 사라지는 길처럼』(현대시시인선) 등 시집을 출간 했고, 공저 시집을 다수 출간하는 등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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