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시인-

▲ 이동원 시인

            도라지꽃 

동터올 때, 산책길은
이슬을 품은 도라지꽃이 웃고 있습니다
아릿하게 베어드는 죄
보랏빛 향수에 아직 피지 못한 봉오리는
어머니의 함구입니다

모깃불에 쫓기어
호롱불 따라 여치가 노래하는 문틈
보랏빛 향내로 오는 엄마의 방은
아이의 방이자 물레 방이었습니다

장독대 옆
울에서 피었든 상사화, 백합은
가슴에 담아 둔 어머니의 넋두리입니다
그런 줄 모르고
아이는 엄마만 찾았습니다

어머니 가슴에서 나는 향기
오늘은 어머니 말씀 중에
“너희들도 어른이 되어봐라!"
도라지꽃이 말했습니다

산자락에 핀
도라지꽃을 보니 당신이 생각납니다

 

춘궁기였던 그 시절
고사리 꺾고 참나물 따 다듬던 춤사위
보랏빛 꽃이 좋아
산에서 캔 도라지 울에 심어두고 기다리다
꽃 피던 날, 멍하니 바라보며 짓는 그 미소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
엄마 젖을 만지던 아이가 됩니다

사라지지 않는 엄마 향내
생시인 듯 드는 인자한 모습
아이 눈에는
당신이 도라지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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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원 시인 :시몽 시문학회 등단/시몽 시문학회원/국내 시화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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