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학 시인-
바람을 보다
단단해진 바람이 빠르게 지나간다
부드럽게 불다가 한 순간에 떠나 버린다
사실 떠난 줄도 모르고 계속 불고 있는 줄 알았다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바람의 탯줄을 끊고 거리에 선다
숨결처럼 나를 떠난 소리들이
손을 잡고 배회할 때
단단해진 바람들이 바스라지고
하늘은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다
단풍도 들기 전에 푸른 낙엽으로
지상에 가라앉은 죽음
그 속으로 흐르는 적막한 울림
세상에 아부하며 살았지만
나는 약자에게 관대한 세상을 보고 싶었다
단단해진 바람이 서로의 목을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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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학 시인 : 논산 어린왕자문학관 관장/시대읽기문학 회장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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