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구은회 시인-
멍석
고향 집 뒤 곁에 멍석 두 놈
지붕 서까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허리가 휜 채 구겨진 음성
무슨 소리 들린다
온 가족이 안방처럼 모여 앉아
가을을 볶던
긴 세월을 말고
추억이 머물던 작은 흔적
그놈들 가슴에 옛 향기
시선을 잡아끈다
호롱불 켜놓고
밤새 새끼 꼬던 아버지
사흘 동안 손을 비볐을까
이리 여고 저리 여고
아침에 눈을 뜨니
멍석 한 놈 쪼그려 앉아
윗목에 새끼줄 입에 물고
곤히 잠을 잔다
어디에 계실까?
아버지 손 떼 묻은 놈들
쫓아와 안부를 묻는데
하늘만 쳐다보다
더 걸었다
눈가에 방울방울 아버지 얼굴
눈을 닦아도 감아도
가슴이 젖고
아버지 기침 소리
멍석 놈 휘어진 등
만지작만지작 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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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구은회 시인 :충북 보은 출생/대전보건전문대 졸업/옥천 농민문학회 정회원/동인지 “사마귀에 시 멍석” 외 다수 수록/대한문학세계 등단/대한문입협회 올해의 시인상 수상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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