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원 시인-

                                        박남원 시인

                    가을에

이제는
꾸미지 않으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살고 싶다.
이제는,
내 작은 체구에 걸 맞는 옷을 걸치고
가을의 시골길을 걷고 싶다

조용하게 흐르는 시냇물 곁에서
가식의 옷을 벗는 나무들처럼
그렇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

매운 세상의 바람이 가슴을 치는
무수한 삶의 심정들에 뒤엉켜
저 마다 손을 높게 치켜들고
더 많은 자기를 표시하려는 아우성 속에서
들었던 손도 내리고
내 순수했던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상에 살면서
내 세울 것 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쉽기는 하지만
더러 어렵게 성취한 것들 중에도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이제 돌려보내자

그리하여 세상이 내 자신을 
초라하게 인정하드라도
맑은 물이 자신의 속을 숨기지 않듯
그러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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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원 시인 :숭실대 졸업/노동해방문학으로 등단/시집: <막차를 기다리며>, <그래도 못다한 내 사랑의 말은>, <사랑의 강>, <캄캄한 지상>/공동시집으로 <내일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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