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류 판화가를 위한 스케치 / 가인 김루어 시인-

▲ 가인 김루어 시인

          세월 첩(帖)

-어느 여류 판화가를 위한 스케치 -

여인은 조각 끌을 놓았다
작업대 위 여기저기 흩어진 목판에는
여인이 걸어온 세월이
흘려보낸 추억이 새겨져 있다
간조(干潮)에 드러난 모래밭 위 희미한 발자국 같은
담배를 피워 문 여인의 시선은
그 발자국을 거슬러 가고 있다
첫 걸음은 배나무 그늘 아래서 꾼 꿈에서 시작되었다
여인은 그 꿈을 따라 바람을 따라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사랑은 짧았다
봄날 포토멕 공원에서 벚꽃 비 맞던 어느 밤처럼.
오랫동안 우울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세월로 이어지고
때때로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슴을
여인은 미시시피 강을 따라 일리노이 테네시 알칸소등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를 달려 이윽고 멕시코만
눈앞엔 바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새 떼들이 노을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여인은 나무처럼 서 있었다, 세월을 맞받으며 하염없이
여인은 담배를 비벼 껐다.

 

어두운 이마를 숙이고 여인은 다시 조각 끌을 잡고
목판에 세월을, 추억을 새긴다. 순간을 잡아 영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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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김루어 시인 :경북 청도 출생/등단작품 - 이름 없는 들꽃 (가야일보사 2001,10)/좋은 문학 편집이사/현대시문학 동인/시와 메모 동인/시몽동인/예인문학 동인/2001,10 - 가야일보에 詩를 발표함으로 문단에 나옴/2001,10 - 2002, 2 가야일보사 詩 연재/2003,11 - 2004,10 경남매일신문 詩 연재/2004,11 - 2007,11. 경남매일신문 현대소설 "그물에 걸린 푸가" 연재/2004,09 - 2005,01 e좋은 세상 산문시 연재/2004,05 - 2005,04 격월간지 좋은문학 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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