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 존도리 소나무

10월을 흔히 ‘문화의 달’이라고 한다.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과 문화의 날 등 기념일도 많으며 지역마다 축제 등 행사도 많다. 무더위와 폭우를 이겨낸 후, 날씨도 좋고, 오곡 백과가 익어가며 산천이 채색 되어 가고 오감을 자극하는 즐길거리가 많아 문화의 달이라고 하는가 보다.

문화의 달이라니 얼핏 문화재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문화재는 유형, 무형, 기념물, 민속문화재 중에서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ㆍ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국가에서 지정한 것을 말한다(문화재보호법 제2조)

문화재는 우리 모두의 재산이다. 따라서 훼손하거나 가치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런 문화재 중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보호하기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해당 국가의 문화가 우수하다는 자부심 향상과 동시에, 문화교류 및 외국인들의 방문 등 관광 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많은 국가들이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 왕릉,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 남한산성, 백제 역사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우리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씩 전해지는 문화재 훼손 소식이 긴 역사와 문화 발달의 긍지심을 훼손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화재(방화), 도굴, 암거래, 인재에 의한 문화재 훼손은 과연 우리가 문화적 수준이 있는 국민인가 하는 자괴감이다. 방화와 도굴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소행이지만,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의거한 문화재 훼손은 미래의 후손에 물려 줄 ‘문화유산(遺産)’이라는 낱말을 ‘문화실산(失産)’으로 바꾸어 버리는 행위가 아닌가 묻고 싶다. 해안의 모래 유실, 산지 개발에 다른 명승과 산사의 붕괴, 빌딩 숲에 가리워지는 옛 고택, 도로 개설에 따른 소음과 진동의 피해 등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유럽의 그리스 국민은 문화적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들은 도로를 낼 때 문화 유산이 있으면 우회하거나 고가도로를 만들어 문화재를 보존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독립문은 서대문고가도로 건설로 그 위치를 옮겼다. 문화재는 원래 있던 곳에 있어야 그 가치가 존중되는 것은 아닌지. 독립문은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을 헐고 그 자리에 우리가 자주국가임을 내세우는 뜻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이 ‘문화의 달’에 또 한 가지 생각해 볼일이 있다. 천연기념물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하면 연상되는 것이 옛 궁궐, 탑, 성곽 등이다. 좀더 생각하면 탈놀이 등 연극과 춤, 나전 칠기 기법 등 공예 등 무형 문화재가 떠 오른다. 문화재 법에 명시되어 있듯 ‘기념물(천연기념물·명승)’도 문화재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계, 흑돼지, 노거수인 느티나무,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심은 모감주나무의 군락지(충남 태안 안면도) 등을 문화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는 듯하다. 천연기념물은 자연이 준 문화재이다.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재산이다.

대전 서구 만년동에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천연기념물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의 연구와 보존, 전승, 교육 활동과 사진, 표본, 영상 자료 등을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자연 유산 전문 전시관이다. 이 천연기념물 센터가 지난 9월 17일 1년여의 노후 시설 교체와 리모델링, 새로운 자료를 확보하여 재 개관을 했다.

자연이 준 큰 선물인 천연기념물을 쉽게 이해하고 친근해지는 교육의 장이다. 필자는 재 개관식 날 전시관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수명이 다해 천연기념물로서의 자격이 해제된 문경시 산양면 존도리 소나무가 500여년의 삶을 마감한 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유한한 생명체이니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겠지만, 그 우람한 자태는 얼핏 자연을 잘 보존하고 지켜 후세에 전하라는 멧세지를 전하는 것 같아 숙연해졌다. 아마도 천연기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존도리 소나무를 전시장 초입에 배치한 것은 보호와 전승의 책임을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한 천연기념물센터의 암묵적 교훈이 아닌가 싶다.

이 문화의 달에 파란 가을 하늘 만큼 산과 게곡의 아름다움도 살피며 자연이 준 선물을 감상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 줄 막대한 책임이 있음을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하여 한반도의 자연 유산도 알아보고, 우리 주변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천연기념물이 있음을 살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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