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씨(오른쪽 첫번째)

부산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글로벌 현장학습 대상자였던 박정우씨(22)가 4,300km에 달하는 대종주 트레킹코스 PCT에 도전해 171일 만에 완주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PCT(Pacific Crest Trail)’는 멕시코 국경(Campo, CA, United States) 부터 캐나다 국경(Manning Park, BC, Canada)까지 4,300km에 달하는 미국 서부를 두 발로 걸어 종주하는 트레킹 코스다. 이 코스는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과 함께 미국 3대 장거리 트래킹 코스로 꼽힌다.

이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선 스스로 숙영장비와 취사도구를 짊어지고 4∼6개월 동안 걸어야 하는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도전자 중 16%만 완주했을 뿐이며, 한국인 완주자는 20명 남짓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자신의 꿈인 응급구조사(EMT·emergency medical technician)가 되었을 때 20∼30년간 한결 같이 남들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앞으로 삶의 방향을 확실히 하고자 PCT 도전에 나섰다. 이 도전을 시작할 당시 낯선 곳으로 나간다는 두려움보다는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 3월 16일 오전 6시46분 미국 갤리포니아주 캄포를 백패킹(backpacking)으로 홀로 출발했다.

고독과 추위와 싸우며 악전고투 끝에 9월 2일 오후 1시29분 드디어 종착지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매닝공원에 도착했다. 총 171일6시간43분만에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완주 후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정신력과 굳은 신념이 필요하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며 “가는 길에 만난 현지 교민들의 따뜻한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또 “저의 도전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이 되어 응급구조사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

박씨는 이번 완주에 앞서 인도네시아, 네팔, 인도 등을 여행하고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면서 PCT 도전 의지를 키웠다. 올해 1월 부산 해운대를 출발해 서울역까지 496km를 15일 동안 걸어서 종주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도전은 지난 2015년 부산시교육청에서 실시한 글로벌 현장학습에 참여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어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해외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운대공고 재학시절에 용접기능사, 전자기능사 등 7개 자격증도 취득한 그는 호주에서 연수를 받고, 현지 용접회사와 ㈜삼성 지사에서 2년간 근무하며 자립심을 키웠다. 그는 2016년 2월 해운대공고를 졸업했다.

그는 여러나라 여행과 PCT 종주를 통해 많은 친구들을 만났을 뿐 아니라 응급구조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현재, 박씨는 자신의 꿈인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해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수시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또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지역 특성화고 후배들에게 들려 줄 특강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특성화고 학생 208명을 글로벌 현장학습 대상자로 선발해 호주에 파견했다. 이 가운데 120명이 현재 현지에서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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