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

▲ 나호열 시인

                                             가을과 술

자, 한 잔 주시게
이제야 가슴이 텅 비었으니
가득 담아 주시게
이 가을에 술 아닌 것이
어디 있겠나
저기, 호수를 닮은 하늘 한모금
공연스레 음표 하나를 떨구고 가는
바람 한 줄기
귀소를 서두르는 기러기 떼도
이 가슴에 들어서면
술이 되는구나
한 모금 술에도 취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서산으로 넘어가는 조각달도
부풀었다가는 사그라지는 것을
자, 한 잔 주시게
이제야 가슴이 텅 비었으니
뒤돌아가는 그대 발자국 소리라도 남겨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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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시인 : 시인, 문화평론가/1953년 8월 1일 충남 출생/경희대 대학원 졸업. 박사과정수료/1991 시와 시학으로 등단/미래시, 울림시 동인/2007년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시집 <담쟁이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망각은 하얗다>, <칼과 집>,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공동 시집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현재 한국예총 정책연구원장 겸 월간 예술세계 편집주간, 인터넷문학신문 발행인/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문학과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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