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학 시인-
작달비를 맞다
잎사귀 위로 내리는 작달비는 차다
여름 내내 지쳐있던 것들이
내리는 차가움에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원점회귀를 한다
아물지 않았던 생채기도
딱지가 엉겨 비를 맞고 있다
혼자 걸을 수 없었던 생명도
찬 기운에 마침내 혼자 걸을 수 있다.
장엄한 여름이 머무는 자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굵은 땀방울
푸르렀던 나무들이 시간을 타고 내려와
한 시절을 건너 관절염을 앓고 있다.
한때는 단단했던 것들이 떠나고 있다
따가운 햇살, 칡넝쿨 휘감은 굴참나무
참 오랜만에 여름을 씻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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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학 시인 : 어린왕자문학관 관장/ 시대읽기작가회 회장
<편집자주 : 작달비 =장대비-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
이종구 기자
ljg112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