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당에서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소쇄원길 17에 소쇄원이 있다. 소쇄원((瀟灑園)은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명승 제40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7월 25일 할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소쇄원을 찾았다. 입구의 작은 계곡에 오리 한 쌍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었다. 오리들도 더운가 보다. 언덕길을 오르니 크게 자란 대나무 그늘이 있어 시원했다. 첫 눈에 들어오는 정자, 소박하지만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 옛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바람결에 들리는 댓잎 소리, 간간이 들리는 매미소리가 합쳐 마음 까지 시원하게 했다.

정자와 누각을 보며 마루에 잠시 걸터앉아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푸른 나무들을 보며 옛 선조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이야기 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나도 옛 선비가 된 느낌이었다. 동생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대봉대와 광풍각 그리고 제월당이다.

소쇄원은 조선시대 양산보(1503-1557)라는 분이 만들었다고 한다. 양산보는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제봉 고경명, 서하당 김성원, 송강 정철 등 당대의 선비들과 교류하고, 소쇄원에서 학문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었다고 한다.

정자 앞에 흐르는 맑은 계곡 물, 지형을 훼손하기 않고 자연과 어우러지게 지은 정자와 누각, 지형에 따라 건널 수 있게 놓은 작은 다리들,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소쇄원의 주요한 조경 수목은 대나무와 매화, 소나무, 난, 동백, 오동, 배롱, 산사나무, 측백, 치자, 살구, 산수유, 황매화 등이 있으며, 초본류는 석창포와 창포, 맥문동, 꽃무릇, 국화 등이 있다. 조경물로는 너럭바위, 흘러내리는 폭포, 걸상모양의 탑암(榻岩)과 책상바위 상암(床岩), 홈을 판 고목刳木으로 물을 이어가는 두 개의 연못, 上下池가 있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애양단(愛陽壇), 계곡을 건너지르는 외나무다리 약작(略彴), 경사지에 적절히 단을 쌓아 꽃과 나무를 심고 담장으로 내부공간을 아우르고 감싸는 조화로운 곳이다.

소쇄원은 정유재란으로 건물이 불에 타기도 했지만 후손들에 의하여 다시 복원, 중수되어 현재까지 15대에 걸쳐 후손들이 잘 가꾸어 나가고 있는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이라 할 수 있다.

소쇄원을 둘러보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선조들로부터 받아온 유산을 잘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전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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