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장애아 가족과 시민단체 의견 적극 반영해야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중증장애아동 치료를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공공병원’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 건립(안)을 내놔 장애아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증장애아동에게 전문적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현재 국내에 민간 병원 단 1곳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으로,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은 거의 방치되다 시피 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5곳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하고, 우선 대전을 중심으로 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하는 중중 장애아 치료 돌봄 병원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국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조속히 건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 8개 시‧도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현재(6.15∼7.16)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공모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안)은 민간이 제공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아동의 집중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 병원의 모습이 아니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전국에 건립하려는 총 입원 병상은 100개가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3개 권역(충남권, 전남권, 경남권)으로 나눠 각 입원 병상 30개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지역은 외래 중심의 의료센터로 운영하거나 기존 병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장관이 약속한 병원 9개 설립에서 3개로 축소되고, 6개는 외래 중심의 센터로 바뀐 것이다.

이는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민간 병원의 외래 중심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며, 그 규모 역시 전국의 중증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를 감당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규모를 산정한 근거로 사업 착수에 앞서 시행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으나 정작 해당 연구용역 보고서는 병상의 수는 현재의 수요 공급만으로 추산해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숨겨 왔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아동이 25%(약 5,250명)나 된다는 사실, 지역에 치료기관이 없어 이용을 못 하거나 입원 등을 거부당하는 장애아동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외면한 병상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해당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 집단은 박근혜 정부 때 관련 용역을 맡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부정적으로 결론 냈던 기관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 결론을 근거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하고 있는 병원의 운영비도 공공성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사업 공모를 통해 건립비의 50%만 지원하고 운영비는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 문제로 민간 병원에서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재활 치료를 기피해 왔기 때문에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인데, 운영비 지원이 없다면 정상적인 공공재활치료서비스는 제공될 수 없는 것이 불 보 듯 뻔하다.

또한, 국립 운영이 배제되고 지자체 위탁 운영을 유도한다는 계획도 의료 공공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추진 방향과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장애아동가족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기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장애아동가족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공모 준비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전문가 집단의 연구용역만을 내세우며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장애아동가족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은 배제했다.

이렇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공공’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치료 서비스도 제대로 지원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중중장애아동의 치료와 돌봄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근본적으로 국가의 존재 의미를 묻게 하는 일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해 온 비영리단체 (사)토닥토닥의 김동석 대표(건우 아빠)는 보건복지부 건립(안)의 수정을 요구하며 7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간 매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1004배를 할 예정이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지하는 국민 누구나 건우 아빠와 함께 100배로 동참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작된다. 토닥토닥은 7월 9일부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을 살려 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토닥토닥 김동석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약속하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경제 논리가 기본이 아닌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이라고 생각한다. 민간이 제공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공공재활치료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을 세워야 한다”며 “국민 청원에 많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담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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