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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아버지의 유품-
임주창 기자  |  openedu3@se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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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19: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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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품을 정리한다. 옷가지도 문 밖에 내 놓고, 이것저것 내놓다가 문 옆에 선 병풍을 보았다.

   
 

‘아버지가 아끼시던 병풍을...’
바로 집사람에게,
“이건 왜 내놨어?”
“아가씨가 버리래요”.
“이걸 왜 버려~” 버럭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

뭐라는 소리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번쩍 들어서 아버지 계시던 안방 벽에 기대어 놓았다.
“........”
뭐라거나 말거나 들리지 않는다.

저 병풍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 이어진 은사님과의 근 70여년의 세월이 이어진 기념품이다. 지금까지 몇 번을 들었을까? 아버지는 논 밭 한 뙤기도 없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셨단다. 그나마 어머니도 어려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품에서 자라고, 아버지 즉, 우리 할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셨단다.

글쎄 농촌에서 살면 농사를 짓지 않는 한 특별한 직업이 없지 않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고려 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두문동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고려 충신의 후손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초 거의 등장하지 않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이것이 그 때부터 시작된 가난의 대물림이 되었을까?

그래도 초등학교를 다니며 학업과 운동, 만들기 등 거의 전 부문에서 타 학생들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올리시고, 급기야 4학년 마치고 6학년으로 越(월) 반, 이것이 후에 道知事(도지사) 賞(상)을 받는데 문제가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5년밖에 안 다녔으니 ‘도지사賞(상) 대상이 아니다.’ 아버지의 은사님과 몇몇 분들은 ‘5년만 다니고도 성적이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하다면 그 사람이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논란 끝에 결국은 그 상을 받으셨고, 그 이후 내내 우리 집안의 최고의 보물이 되었다. 어려서 아버지가 우리를 가르치실 때 늘 그 얘기가 앞서 나왔으니까.

어려운 시절이 지나고 그래도 생활이 조금 펼 즈음, 모처럼 어머니와 함께 은사님을 뵈러 다녀오셨다. 3박4일 고향을 다녀오셨을 때, 뭔가 보자기에 싸인 물건을 애지중지 하며 다락에 올려놓으셨다.

그 이후 한참 만에 그 보자기의 물건들은 병풍과 족자가 되어 돌아왔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조금씩 떼어둔 돈을 가지고 만들어 오신 모양이었다.

일을 마치신 저녁 무렵 이 벽 저 벽에 못을 박고 걸어놓으셨다. 이윽고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은
“그간 너희들에게 말하던 은사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다. 아끼고 늘 깨끗하게 청소해라.”

그리곤 틈 날 때마다 족자와 병풍 속의 글자들을 풀어 주시는데 쉬운 한자 외에는 대부분 모르는 글자들이었다.

한 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칠언시들을 혼자 풀어보는 중이다. 아버지와 은사님 사이의 70여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그 인연은 무엇일까?

저 속에는 어릴 적 가르쳤지만, 세상살이 잣대로 그리 성공하지도 못하고, 유명해지지도 못한 제자를 아껴, 써놓고 애지중지 하시던, 저 글모음을 주신 스승의 마음이 담겨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헤어져 지내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우린 그래서 서로를 그리워할 기념일을 만들고. 기념품을 나누어 갖고,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아닐까?

오늘 스승의 날에 저 칠언시들을 보며 난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당신의 은사님을 기억해보려 한다. 그리고는 오늘날의 선생님들과 제자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지금 이들의 이 모습들은 먼 훗날 그 시간을 그리는 이들의 어떤 그리움의 한 조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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