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천안 병천읍에 있는 선영을 찾았다. 이곳 저것을 둘러보다가 목도 축이고 세수도 할 겸 선영 아래 옹달샘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옹달샘은 물 한 방울 없이 바짝 말라있었다. 5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뭄이 극심하다. 지난 3,4년간 비다운 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저수지는 말라가고, 농민들은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며 시름에 빠졌었다.

1990년대 쯤인가 유엔에서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집에서 몇 발자국 걸어 나가면 시냇물이 흐르고, 조금 더 나가면 논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물 쓰듯 한다’고 했다. 생수가 동네 구멍가게에 등장했을 때도 ‘물을 사먹나?’하고 의아해 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정말 물 부족 국가가 됐다. 농업용, 공업용은 물론 식수도 부족하다고 한다. 동네 가게에서 사는 생수 값은 거의 휘발유 값과 비슷하다.

물은 우리네 삶의 자체이다. “고기가 물 만난 격‘, ”굳은 땅에 물 고인다“, ”기름에 물 탄 듯“, ”낙수물이 댓돌 뚫어“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물 바진 사람 지푸라기도 잡아“. ”소금 먹은 놈 물 켜“.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여“ 등 물에 관한 속담도 정말 많다. 그 만큼 물은 우리 생활의 하나이다. 그래서 그 소중함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 온 것 같다.

성경 출애굽기에는 ‘마라’의 쓴물과 단물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하고 거스르지 말라는 뜻은 아닌지? 불평을 이긴 이스라엘인들은 마라를 지나 ‘엘림’에 도착한다. 물과 나무가 풍부한 아름다운 땅이다. 하찮게 여기고 ‘물 쓰듯’한 결과가 쓴 물이 된 것은 아닐까?

노자의 도덕경에는 물을 ‘天下莫柔弱於水 面攻堅强者莫之能勝 以有無以易之’라고 여리고 약하지만 강한 것을 물리치는데 물 만한 것이 없다고 하며 물을 본 받으라고 했다. 자연 앞에 겸손함을 익히라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삶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생활이다. 특히 식생활은 그 조리법과 뒤처리가 다른 나라보다 물을 많이 사용한다. 그간 학교, 사회, 국가는 많은 물 절약 방법을 제시했다. 잘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아직도 나부터, 내 주변부터 살펴보면 아직도 물을 물 쓰듯 하고 있다. 물론 변기 저수통에 벽돌 한 장 넣고, 양치는 반드시 컵에 물을 받아 사용하고 ...... , 등 절수 방안을 실천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절수, 저수 방법의 개발과 생활이 필요하지 않을까?

4대강 보를 놓고 물을 빼라, 말라 등 환경단체와 농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기도 했다. 농업과 환경 보존의 차이를 줄여 우리 국토가 메말라가지 않는 방안으로 해결해 갔으면 좋겠다. 대전시청 화장실에 가면 ‘지하철 터널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글이 써 있다. 정말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나오는 지하수를 흘려 보낼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사용하는 방안처럼, 가뭄을 원망하지 말고 부족함을 메꾸는 여러 방법을 찾아 부족한 물을 보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7월초부터 장마가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해갈이 되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아직도 저수지가 채워지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한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는 반가운데 집중 호우로 인해 충청지역에 피해가 크게 났다. 하루 빨리 복구 되길 바라며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비오는 것이야 자연이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할 일을 더 연구 개발해야 되지 않을까? 지금의 저수지는 그 역사가 삼국시대 이전 부터이다. 제천의 의림지, 김제의 벽골제 등은 일찍이 우리 조상들이 물을 관리했던 기술이 뛰어남을 증명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 단순한 저수지 말고 물을 저수하는 신기술이나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은 해수 담수화로 생활용수를 해결하고 하수 재처리로 물 부족을 해결하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이런 면에 개발을 해서 물 부족을 해결해야 하겠다.

그래서 온난화 현상이니 하여 해마다 가뭄이 심해지는 이때, 농부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물 걱정 없이 살아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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