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린 학생

논산 강경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혜린 학생은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 공개채용에서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입사했다. 충청도에서 한 명, 강경상업고등학교에서는 IMF 이후 22년 만의 첫 한국은행 입사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청년 취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더불어 특성화고등학생의 취업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몇 번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17개의 자격증과 1등급 내신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마지막 면접을 마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던 중, ‘최종합격’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혜린 학생의 꿈은 금융감독원에 취업한 중학교 선배이자 현재는 고등학교 선배인 노ㅇㅇ 양을 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선배님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불씨가 번져, 부모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혹시 인문계에 진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사실 인문계에 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인문 교과 공부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부담도 덜어드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선취업후진학 제도를 통해 대학에 가는 시스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결심을 하게 되었다.” 라고 답했다.

입학 후 목표는 오로지 ‘금융 공기업 취업’이었다. “애초에 특성화고등학교 진학의 계기는 금융감독원에 입사하셨던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꿈에서 시작되었던 것이었고, 배운 것들을 사익보다는 공익에 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금융 공기업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공부했다.” 라며 꾸준했던 금융 공기업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입사하는 것은 그 어떤 기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높은 경쟁률과 더불어 한국은행의 스케일에 걸맞은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결정적으로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부담감이 배로 다가왔다.” 라고 당시의 심정을 전달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느냐고 묻자 “우리 학교는 곧 100주년을 맞이한다. 그만큼 현직에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각종 캠프, 행사, 스터디에서 만난 지인들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입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조언해 주셔서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었다.” 라고 답했다. 또한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경제신문을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침마다 경제신문을 읽으며 경제 상황을 늘 확인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서류나 면접 전형을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 및 사무 관련 자격증 취득 이외에도 국토대장정, 충남행복기자단, 중국 일본 등의 해외연수, 전국상업경진대회 등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대외활동은 학교에 공지가 내려오면 가장 먼저 지원했고, 없는 것도 직접 찾아내서 참가했다.” 라며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당부했다. 교내 활동 중에서는 전공과 관련된 동아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동아리를 직접 창단하기도 했다. 경제‧시사토론 동아리는 모의투자활동을 진행하고, 최근 경제 시사에 대한 토론을 실시하여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하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뜻깊은 활동이었다고 한다. “모 신문사의 경제 캠프에 경제 전문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신다는 말을 듣고 직접 찾아가 금융 문제에 대해 질문하며 생생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 적도 있다. 이렇게 이론적인 공부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실제적인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는 활동을 했던 것이 입사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을 기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혜린 학생은 자산관리사(FP), 은행텔러, 펀드‧증권투자권유대행인 등 5개의 금융 자격증과 전산회계1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등의 사무자격증까지 총 17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질문하자 “앞서 말했듯이 공부라는 측면에서 시작했다. 금융 공부의 단계를 밟아간다는 생각으로 자격증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자격증 한 개를 마치면 조금 더 어려운 것, 그 다음으로 어려운 것. 이런 순서로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것을 공부에 대한 검증의 단계로 생각했다. 그렇게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격증이 쌓이게 되었다.” 라고 답했다. “많은 자격증들이 한국은행에 입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증빙자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부’라는 측면에서 전공 공부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리틀 금융 전문가’가 되었다. 금융자격증 뿐만 아니라 사무 관련 자격증도 내가 어떤 회사를 가든지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입사 전 미리 익혀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하신 선생님들과 도움을 주신 동문 선배님들, 끝까지 응원을 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입사 후에 그 보답을 하고 싶다.” 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후배들에겐 사뭇 진지하게 “나도 처음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준비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 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강경상고 교장(기호엽)은 “힘든 순간도 많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망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온 것이 대견하다. 이번 합격을 계기로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길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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