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문화가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고령화 국가 됐다. 더더구나 신생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꼴찌일 뿐만 아니라 세계 224개국 중에서 220위라고 한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2016년 추정치 기준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1980년대 초 인구 증가가 한창이면서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길 무렵 초등학교에는 병설유치원이 문을 열게 됐었다. 당시 유치원 교육은 대도시의 부유층이나 하는 것으로 시골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나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이 개원되면서 교육의 혜택을 보게 되어

시골에서도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었다. 어린이 집 등의 형태로 유아교육이 보편화 되었었다.

요즘은 출산율이 떨어져 시골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이나 어린이 집 등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생각해 볼 일은 노인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다. 노인들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각종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물론 노령 수당, 노인복지관, 노인 일자리 만들기 등 귀에 익숙한 말들이 있지만 주변을 보면 마땅히 소일할 것이 없는 노인들이 많아 보인다.

기차역의 대합실, 지하 상가의 쉼터, 관광지와 유적지의 쉼터, 특히 마을의 큰 다리 밑에 노인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1년 내내 어느 지역이든 다리 밑에는 노인들의 공간이 된지 오래다. 주로 화투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하며 소일을 한다.

젊어서는 나름대로 삶을 가꾸느라 땀을 흘렸던 분들이 이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다리 밑에서 쉬고 있는 노인분께 노인복지회관이 있으니 그 곳에 가서 친구분들도 사귀고 여러 가지 활동 기구가 있으니 가보시라 권했는데 기동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찾아가기 어렵고 가깝지 않으면 쉽게 발 길을 옮기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혼자서도 여가 시간을 잘 보낸다.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활용 등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지만, 노인들에게는 정말 마땅한 소일 거리가 없다. 그러니 한 분, 두 분 발길을 다리 밑으로 돌리고 마땅한 놀이감으로 화투를 치게 된다.

마을 마다 노인들을 위한 여가 시설을 만들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니 그 또한 요청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간 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와 개발 만큼 노인들의 여가 활용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초등학교에 병설 유치원을 개설하듯 병성 노장원(老丈園 : 유치원의 상대적 개념으로 이름을 붙여 봄)을 개설하면 어떨까 한다.

특히 농산어촌은 학생수 감소로 잉여 교실이 많이 있다. 이런 교실 하나쯤 노인교실로 만들어 마을의 노인들이 학교 가듯 찾아가고, 손주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하면 어떨까? 학교폭력, 성폭력 등 각종 폭력 예방 효과도 있고,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효 교육도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퍽 오래전 교직에 있던 친지가 여름방학에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2-3일 간 경로교실을 운영했다는 말을 들을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역시 노인들은 추억에 사는 분들”이라는 말을 했다.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에 맞추어 그리기(꽃, 동물 등), 신체활동(공놀이, 줄넘기 등), 노래(초등학교 교재에 있는 동요-특히 옛 동요), 현장 학습(마을 뒷동산 소풍) 등으로 운영 했는데 어르신들의 호응이 컸다는 것이다. 필자도 작년에 마을 경로당을 방문하여 노인분들에게 율동, 끝말잇기, ppt를 이용한 그림 읽기 등으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좋아 하시며 자주 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노인들이 즐거워했다는 친지의 이야기, 필자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마을 다리 밑에서 1년 사시사철 화투장에 얽매이는 모습보다는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노인들의 여가 생활에 도움을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제 19대 대선이 다가온다. 요즘 대선 주자들이 여러 가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때, 노인들의 여가 활용에 관한 좋은 공약 하나 쯤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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