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학생들은?

학교의 모든 시설과 사람들은 학생들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입니다. 교실과 교실에 있는 각종 시설, 그리고 심지어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은 그동안 발표된 학문의 결실을 교사의 머리에, 혹은 교재에 잘 축적해 두었다가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인성교육이라던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지식전달과는 다른 측면의 역할도 있지만, 여하튼 가장 중요한 교사의 역할은 지식의 전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대는 변화했습니다. 굳이 스마트교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도움없이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컴퓨터교실에서 수업을 할 경우, 교사가 통제를 하지 않는다면 교실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정보를 검색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령 선생님이 이순신장군에 대해 알아보라고 숙제를 주었을 때를 가정한다면, 어느 학생은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를 찾으려 하고, 어느 학생은 이순신장군에 대한 논문이나 책을 검색하여 정보를 파악하려 하고, 또 다른 학생은 이순신장군을 주제로 한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 모든 방법이 다 옳은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정해진 시간안에 학생들 각자가 찾아내는 정보는 선생님이 같은 시간동안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비해 수백배 많을 것이고, 엄청나게 다양한 형태 (그림, 글자, 숫자, 사진, 동영상 등)로 확보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구구단을 예로 든다면, 전자계산기가 보편화되었고, 학생들이 지니고 다니는 시계나 휴대폰에 계산기 기능이 기본으로 내장된 시대에 굳이 계산을 위해 구구단을 암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구구단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이론을 쉽게 배우고 심지어는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정보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많은 것이 변화했습니다.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만 보아도 예전에는 커다란 건물이나 매장을 확보하고, 화려하고 눈을 끄는 인테리어에 투자를 한 다음, 친절하고 유능한 판매직원을 모집하여 훈련시키고,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도록 신문이나 TV를 통해 광고를 하고나서, 찾아오는 손님이 물건을 사도록 다양한 설명을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전달하는 것이 다 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전통적인 매장도 존재하지만, 이미 수많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크고작은 쇼핑몰들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쇼핑몰들은 눈에 보이는 매장이나 직원들이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이 쇼핑몰들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쇼핑몰의 존재를 알리는 것,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차별성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알아내어 반영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은 대부분 한두사람입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거대하고 규모가 큰 지식집합소나 창조의 주체가 있고 (정부, 대학이나 기업연구소, 과학자들이나 대형 제조업체들같은 것이겠지요.),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검색서비스나 초록서비스들 (구글, 네이버, 다음같은 검색 서비스업자나 포털들)이 존재하고, 이 각각의 대형 정보제공처나 포털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사는 기술개발자들 (동영상제작 프로그램, 편집 프로그램, 수많은 클립아트들, 서체들 등등등)이 중심에 있고 많은 사람들은 이 정보들을 확보, 가공, 재생산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비유하자면 아주 옛날에는 옷이 추위를 막는 용도가 거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원단의 소재, 색상, 디자인같은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고 가격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티셔츠가 동일한 원단을 사용했더라도 메이커나 디자이너의 이름에 따라 수십~수백배의 가격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서 디자이너가 하는 역할과 가치는 옷감을 제조하고 원단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고 싶게 만들고, 입고싶게 만드는 것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옷의 용도 (보온기능 같은 것)와는 거의 무관한 새로운 옷의 용도와 가치를 창출해 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산업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갈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여하튼 앞으로는 정보를 수집, 활용, 가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기업 단위가 아니고 개인 단위까지 가장 책심적인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가령 어느 정보를 접하게 되면 이것이 얼마만한 잠재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있고 어떻게 변형, 가공해야 상품가치를 가지는 지 알아낸 다음, 정보를 보기쉽고 설득력있는 형태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들 말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제품의 대량생산과 소비를 바탕으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의 대량생산과 소비가 시대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보를 많은 사람이 사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겠지요. 스마트교실은 학생들이 그런 것들이 배우고 공유하는 자리가 돨 것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포르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